‘70%도 못 넘긴 가동률’…배터리 업계 한파 버티기 돌입

by김성진 기자
2024.03.18 16:01:22

LG엔솔, 지난해 연간 가동률 69.3%
전기차 수요 둔화로 생산량 조절
올 1분기 영업익도 크게 줄어들 듯
하반기 수요 얼마나 회복할지 관건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갑작스런 수요 둔화 현상과 함께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률도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2위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간 공장 가동률은 처음으로 7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비싼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HEV)가 친환경차 대안으로 떠오르며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확장 전략도 보수적으로 바뀐 탓으로 분석된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개발한 얼티엄 셀. (사진=GM)
18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평균 공장 가동률은 69.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73.6% 대비 4.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평균 가동률이 72.9%였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 급격한 생산조절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장사인 SK온의 2023연도 사업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이미 하락 추세가 감지됐다.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95.3%, 95.4%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이보다 소폭 낮은 94.9%로 집계됐다. 삼성SDI의 경우 소형전지의 생산 가동률만 공개하고 전기차에 탑재되는 중대형 전지의 생산과 가동률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배터리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 하락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투자 전략 변화에 기인한다. 2022년 60%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급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 성장세가 확 꺾였다. 심지어 올해 전기차 시장 예상 성장률은 16.6%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잇따라 전기차 투자 수정 계획을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미루기로 했고 포드는 미국 켄터키 전기차 배터리 등 16조 투자계획을 연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올 상반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경영 전략은 ‘버티기’로 요약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 국내 주요 배터리업체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08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5329억원 대비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삼성SDI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 역시 전년 3754억원에서 35.7% 감소한 2413억원으로 전망된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점차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공장 가동률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