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옥죄기…"이럴 때 투자·지원 필요"

by배진솔 기자
2020.09.29 14:57:52

화웨이 자체 설계부터 중국 반도체생산 미래인 SMIC까지 제재
모든 산업의 시작점이자 인프라 기술인 반도체 패권 넘기지 않겠다
삼성·SK하이닉스 등 잠시 반사이익있지만…투자·지원이 더 중요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미국이 최근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SMIC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중국은 반도체 분야로 나아갈 앞뒷문이 모두 막혔다. 화웨이는 자체 설계 반도체 생산과 해외 반도체 수입이 모두 어려워졌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핵심인 파운드리 육성도 순조롭지 않게 됐다. 미국이 중국 최대 정보통신(IT)공룡 화웨이와 중국 반도체의 미래인 SMIC에 제동을 걸어 중국을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반도체 설계·생산 모든 길 막혔다

2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미국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기술과 설비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중국 SMIC에 대한 수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및 테스트 기업들은 SMIC에 기술과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 미 상무부 허가 절차를 받아야 한다. 현재 SMIC는 장비의 절반가량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IC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의 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설계분야부터 위탁생산 분야까지 걸쳐 영향을 미친다. 이미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7나노미터(nm·10억분의 1) 제품 신규 생산은 끊긴 상태다. 중국에서는 아직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대만 TSMC에 반도체 부품 생산을 맡겼지만, TSMC가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SMIC도 제재를 받게 돼 중국의 반도체 공정 선진화 바람도 당분간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분야에서 특히 취약했던 중국은 최근 SMIC에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1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겠다며 반도체 굴기를 향한 파운드리 육성을 발표하며 SMIC를 집중 지원해왔다.



아직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SMIC는 업계 5위 수준이다. 세계 1·2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005930)와는 기술력 차이가 크지만, 중국 내에서 유망주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53.9%)와 한국의 삼성전자(17.4%)가 1·2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즈(7%), 대만의 UMC(7%)에 이어 SMIC가 4.5%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이미 7나노미터 제품을 양산 중이지만 SMIC는 10나노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美, 필사적 태도…“국내기업 반사이익보다 이럴 때 투자와 지원이 더 중요”

업계에서는 이러한 연쇄적인 제재는 그만큼 미국이 미래 반도체 산업을 무궁무진한 잠재력으로 바라보면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필사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안진호 한양대 신휴재공학부 교수는 “미국은 과거에도 반도체 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앞으로 미래 반도체 산업은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 같다”며 “모든 산업의 시작점이자 인프라 기술로 자리 잡을 반도체를 중국에게 넘겨주면 신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필사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타격에 한국 파운드리 업체의 반사이익도 기대했다. SMIC는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하던 7nm 공정 진입을 뒤쫓아오던 후발주자였다. 또 SMIC에 생산 주문을 넣고 있던 퀄컴 등이 삼성전자 등에 긴급 주문을 넣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 교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시스템IC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이 고객을 확보해 잠시 동안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면서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그렇게 막아대면 견뎌낼 나라는 없다”며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국내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해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