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가치 주목" VS "투자매력 감소" SK이노 엇갈린 평가

by성주원 기자
2021.08.05 14:08:41

SK이노 분할결정 후 증권사들 분석 쏟아져
대체로 긍정적 평가…"배터리 성장성 초점"
지분희석·지주사 할인 우려…"매력도 감소"
"분할 후 사업가치에 시장 신뢰 확보 필요"

그래픽=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TV 성주원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에 대한 증권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배터리사업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투자 매력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일 SK이노베이션(096770)의 분할결정 및 2분기 실적발표 공시 이후 18개 증권사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기업분석보고서를 내놨다. 18곳 중 13곳(72.2%)은 기존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유지한 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터리 지분희석 우려보다 성장성에 주목해야”

가장 높은 목표주가(40만원)를 제시하고 있는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S-OIL(010950))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는 3조원에 불과하다”며 “향후 배터리 자회사의 IPO(기업공개)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고려해도 과도한 저평가 상태기 때문에 현재 주가에서는 적극적인 매수 대응을 권한다”고 평가했다.

역시 목표주가 40만원을 유지한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적어도 1년 뒤에나 있을 지분 희석과 수급 노이즈를 걱정하기엔 당장의 배터리 실적 개선, 수주 상황 등이 너무 고무적”이라며 “특히 현 주가는 배터리부문 가치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아 밸류에이션 측면의 부담도 없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할 계획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 이후 목표주가를 20% 상향한 바 있는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분사 공식화로 악재는 이미 반영됐다”며 “중장기 기업 가치 확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가 변동성은 투자 기회”라고 조언했다.

SK이노베이션을 업종 내 톱픽(최선호주)으로 꼽은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에 반영된 생산능력 대비 배터리 사업가치는 2022년 기준 LG화학(051910) 및 삼성SDI(006400) 대비 각각 63% 및 82% 할인된 수준”이라며 “경쟁사 대비 극히 저평가된 사업가치는 배터리 수익성 개선을 촉매로 할인율이 해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 회사분할 결정 공시 이후 제시된 증권사별 의견(자료: 에프앤가이드, 각사)
“주주가치 개선 제한…투자포인트 하나씩 삭제 중”

반면 5개 증권사에서는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제시했다. 특히 현대차증권과 DB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25만원까지 낮췄다. 현재 급락한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고성장은 긍정적이지만 향후 소요되는 투자금은 대부분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또는 차입 등으로 조달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기존 주주가치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가장 큰폭(30.5%)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른 배터리 분할 발표는 빠른 IPO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IPO 전까지 주가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핵심 사업부(배터리)는 분할-상장, 각 사업부에 대한 기업가치는 매각으로 규모가 점점 축소됨을 고려한다면 현재 주가는 저평가돼 있지 않다”고 봤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모두 낮춘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포트폴리오의 딥 체인지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을 투자해야할 포인트가 하나씩 삭제되고 있다”며 “상대적 매력도 감소를 극복할 핵심전략을 제시하기 전까지 보수적인 투자 관점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한편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시장 신뢰 확보가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단기 주가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는 포인트는 전기차배터리의 추세적 이익 개선 사이클 진입, 생산원가 절감 및 이산화탄소 프리에 동참이 가능한 점”이라며 “분할 이후 사업가치에 시장과의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