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춘재, 불우한 환경···군제대 후 욕구불만에 가학 범행"

by공지유 기자
2020.07.02 14:11:03

경기남부청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종합 수사 결과' 브리핑
"군 시절 탱크 몰며 희열…전역 후 욕구불만 해소 위해 범행"
"전형적 사이코패스…윤모씨 포함 피해자에게 죄책감 못느껴"

[수원=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의 범행 동기에 대해 불우한 가정환경과 군복무 시절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또 이춘재가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청사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자 및 유가족 등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오전 경기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이춘재가 자신의 성욕과 욕구불만 해소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춘재는 어린 시절 자신의 감정을 얘기할 수 없는 가부장적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며 “그러다 군대에서 자신이 주도적인 행동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고 그것이 나아가 범행과정에서도 표출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전역 후 군복무 시절 성취감을 느낄 수 없게 되자 상실된 자신의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다음은 반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동생이 초등학생 때 물에 빠져 익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이춘재가 그 일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그런 감정을 표출하고 얘기할 수 있는 가정환경이 마련되지 못했다. 그렇게 성장하다가 군대에 가서 탱크를 운전하는 기갑 부대에 배정돼 근무하다 보니 자신의 뒤를 다른 탱크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주도적으로 행동하니 다 나를 따라오는구나’라는 우월감과 희열을 크게 맛본 것이다. 진술 과정에서도 다른 안좋은 기억들은 (기분이)다운된 상태에서 얘기하는데 군대시절을 얘기할 때는 굉장히 감정이 고조되고 즐거운 상태에서 얘기를 했다.

△처음부터 살인 목적은 아니었던 걸로 판단했다.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완강하게 저항하는 경우에 살인으로 나아갔던 걸로 본인이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사건들부터는 범행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경찰이 ‘사건에 대해 생각을 안 하느냐’ 물어도 기억을 안 하려고 할 정도로 공감 능력과 죄책감이 없다.

△‘피해자의 행동이나 말투 때문에 피해자가 죽었다’는 의미로 범행을 전가했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한 범행에 대해 합리화하며 원인을 전가하는 듯한 진술을 했다. 진술 내용은 너무 자극적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이춘재가 피해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가족에 대한 감정이 비슷하다고 판단이 된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이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 자식에 대한 부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공감능력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명확히 ‘범행 동기는 무엇’이라고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이코패스 검사, 조사와 면담 결과를 종합해서 ‘단조로운 생활에서 쌓인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범행대상이 포착되면 범죄를 저지르는 형태’로 파악했다. 이춘재도 경찰이 분석한 범행 동기 설명을 듣고 ‘그런 것 같다’고 인정했다.

△총 52회의 접견을 하고 지난 4월 24일 수원구치소에서 마지막으로 접견했다. 본인은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사건 이전처럼 다른 수용인들과 함께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춘재는 지난달 5일자로 부산교도소로 이감됐다.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면 종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송치 후 수사본부도 해체 예정이다. 향후 추가 피해 사례나 사건 관련 신고나 제보가 들어올 경우에는 경기남부청 미제사건수사팀에서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