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부담에 '유명무실' 금리인하요구권 개선 목소리↑

by이연호 기자
2022.12.05 17:00:48

은행의 선제적 금리 인하 조치 내용 담은 '은행법 개정안' 발의
상반기 4대 시중銀 금리인하요구권 이용률 1.8% 불과
박성준 의원 "금리인하 대상임에도 금리 인하 안 하면 1억원 과태료"
금융당국 "개인정보 수집 등 문제 해결 필요"…은행권 "시스템 구축이 먼저"

지난달 18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기준금리 지속 상승으로 지난 10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7%를 돌파하는 등 차주의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 차주들의 요청이 있기 전에 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차주의 신용 상태 변동을 점검해 대출금리를 낮추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 차주들의 금리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법안의 발의가 국회에서 이어지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음 신용 상태나 상환 능력이 대출 당시보다 크게 개선된 경우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현행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자신의 신용 상태를 파악해 은행에 직접 요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더욱이 은행의 홍보 부족 등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금융당국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금리인하요구권 이용률은 평균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더라도 수용되는 비율도 30~40% 수준으로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대출금리 인상의 경우 은행이 변동금리에 따라 자체적으로 반영하지만, 금리 인하는 차주가 직접 은행에 요구해야 해 불공정한 측면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에 박성준 의원은 차주가 직접 요구하지 않더라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차주의 신용 상태를 확인해 금리를 인하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은행들이 차주의 신용 상태를 점검하지 않거나, 금리 인하 대상임에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경우에는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대출금리 급격한 인상으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정작 금융 소비자들은 금리인하요구권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은행에 금리 인하 의무를 부여해 가계 부채 부담을 덜어 주고 차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해 은행이 직접 신용 점수가 상승한 차주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은행은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경우 그 이유를 차주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개선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등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회의 움직임을 일단 지켜봐야 겠지만 섣불리 추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개인의 승진 여부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신용점수가 떨어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서도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개선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이 먼저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어차피 1년 뒤에 금리 재산정을 하는 데다, 그 중간에 신용 상태가 크게 변동돼 실제 금리가 유효하게 내려가는 경우도 드물다”며 “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주려면 매일 고객 정보를 가져와야 하고 고객의 사전 동의를 받는 부분도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이 시스템적으로 구비되는 것이 먼저”라고 언급했다.

은행연합회 측은 “금리인하요구권 개선 방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