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명칭 변경 검토…인종차별·낙인찍기 우려

by방성훈 기자
2022.06.14 15:26:53

WHO "전문가에 자문…적절한 공식 명칭 검토중"
다국적 과학자 단체 "인종차별·낙인찍기" 비판 후속조치
"누구든 어디서든 감염…아프리카 특정 언급 말아야"
아프리카 외신기자들도 "보도시 흑인 사진 사용말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의 공식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해 낙인을 찍는 등 인종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AFP)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HO는 원숭이두창이 속한 바이러스 계열인 진성두창바이러스(orthopoxviruses)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원숭이두창의 적절한 공식 명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과거 사스 바이러스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식 명칭 없이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 등으로 불렸을 때에도 신속하게 명칭을 부여한 바 있다.

이는 지난주 30여명의 다국적 과학자로 구성된 ‘이름 변경에 대해 논의하는 바이러스 전문가 기구’가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인종차별과 낙인찍기를 유발한다. 긴급하게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 단체는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원숭이두창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발병하고 있다. 인종이나 민족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를 계속 언급하거나 명명하는 것은 부정확할 뿐 아니라 차별적이고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병의 명명은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고, 특정 문화, 사회, 국가, 지역, 직업, 종족 집단에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인종이나 피부색이 질병을 대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명칭은 지역명이나 동물명을 피할 것을 권장하는 WHO 지침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또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이외 국가로 퍼질 때까지 국제적인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모든 감염 사례는 현재 유럽과 북미에서 주목받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긴급히 다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정착한 원숭이두창은 현재까지 24여개국에서 약 1300명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또 다양한 종류의 포유류에서 감염 사례가 발견되고 있으며, 정확히 어떤 종에서 기원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아프리카 외신기자협회(FPAA)가 지난달 말 미국과 영국 등 서방 매체들에 원숭이두창 관련 보도시 흑인 사진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