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텔 넘어 3년만 세계 1위 등극…`9만 전자` 가나

by양희동 기자
2021.08.04 14:42:14

올 2분기 인텔 매출 앞서…13거래일만에 8만원 회복
첫 세계 1위 2017년 2분기…주가 6개월간 30% 상승
영업익 늘어도 매출 꺾이자 17년 4분기부터 주가 하락
내년 이후 非메모리 등 반도체 매출 성장세 관건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2분기 반도체 매출이 인텔을 넘어서며 2018년 이후 3년여 만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9만원을 다시 넘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7만원 대에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왕좌 등극 기대감에 13거래일 만에 8만원대를 회복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7~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당시엔 세계 1위 달성 이후 고점까지 6개월 가량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반도체 매출이 꺾인 2018년 1분기를 앞두고 하락세로 접어든 바 있다. 이에 오는 4분기에 가격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측되는 메모리보다는 비(非)메모리 매출의 성장세가 주가 향배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삼성전자가 올 2분기 8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거두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오후 2시4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2.09% 오른 8만3100원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매수에 나서면서 상승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삼성전자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소식도 들렸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올 2분기 매출은 각각 198억 1000만 달러(약 22조 7400억원)와 196억 달러로 삼성전자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삼성전자가 인텔 매출을 넘어선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15분기 만이다. 이에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자 직후 거래일인 3일엔 삼성전자 주가가 전일 대비 2.65% 상승(7만 9300원→8만 1400원)했다. 삼성전자가 8만원대를 회복한 것은 7월 15일(8만 600원)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이날도 이틀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며 8만 2000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메모리 가격이 오는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접어들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성장도 둔화 될 가능성이 높아, 2017~2018년의 슈퍼사이클이 재현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도 단기적인 반등 이후 전 고점 돌파 등 추가적인 우상향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모리 슈퍼사이클(2017~2018년) 당시 삼성전자 주가 추이. (단위=원·자료=마켓포인트)
실제 메모리 슈퍼사이클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인텔의 매출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처음 나왔던 2017년 5월 2일(4만 4900원·액면분할 기준) 이후 반년 가량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해 11월 1일 5만 7220원으로 30% 가량 올라 고점을 기록한 주가는 이듬해인 2018년에도 슈퍼사이클이 지속됐지만 1년 이상 지속 하락하며 고점을 단 한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또 인텔에 1위 자리를 다시 내어준 2018년 4분기 직후인 2019년 1월 4일엔 고점 대비 34.6%나 하락하며 3만 74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시기에 주목할 부분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주가가 고점을 찍은 2017년 4분기(10조 9000억원) 이후에도 2018년 3분기(13조 6500억원)까지 3개 분기 연속 늘었지만, 이 시기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반도체 매출이 2017년 4분기 21조 1100억원에서 다음 분기인 2018년 1분기 20조 7800억원으로 1.5%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D램 메모리 값 정점은 2018년 4월이었지만 향후 하락 전망이 2017년 4분기부터 나왔다”며 “매년 1분기는 반도체 시장의 전통적 비수기라 2018년 1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감소해 추가적 성장 기대감이 꺾이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전 슈퍼사이클 사례와 비교해보면 삼성전자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의 조건은 반도체 매출의 성장세 지속 여부가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증가세가 올 하반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년 1분기 이후엔 메모리 값 하락으로 매출 감소를 예측하는 쪽과 비메모리 실적 개선 본격화로 분기 매출이 30조원을 넘길 것이란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올 3분기부터 실적의 3대 요소인 가격(P), 출하(Q), 원가(C) 등이 동시에 개선되며 의미 있는 실적개선이 예상된다”며 “올 하반기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의 의미 있는 실적 개선 전망은 선발업체인 TSMC와 점유율 격차확대 및 후발업체인 인텔과의 경쟁격차 축소 등의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향후 주가 촉매로 작용해 밸류에이션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지난달 말 목표주가를 5% 하향(10만 5000원→10만원)한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과 의구심에 대해 투자자들의 의문이 해소되지 못했다”며 “삼성전자가 그리고 있는 빅픽처(큰 그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2017~2018년 및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분기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단위=조원·자료=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