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부터 하지까지…할머니·어머니·누나의 삶 무대로

by장병호 기자
2022.09.28 15:09:48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마디와 매듭' 제작발표회
작가 배삼식·연출 정영두·음악 최우정 의기투합
정가·서도민요·판소리 한 무대에…내달 7~8일 공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동지부터 하지까지 절기에 따른 우리네 여인들의 삶을 춤과 노래로 빚어낸 공연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오른다. 다음 달 7일과 8일 광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에서 공연하는 ACC 아시아스토리 창·제작 공연 ‘마디와 매듭’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아시아스토리 창·제작 공연 ‘마디와 매듭’ 제작발표회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극작가 배삼식, 서도민요 소리꾼 김무빈, 황경은 음악 조감독, 판소리 소리꾼 조아라, 정가 가객 김나리, 정영두 안무가 겸 연출가. (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번 작품을 위해 공연계 대표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2017년 음악극 ‘적로’로 호흡을 맞춘 극작가 배삼식, 안무가 겸 연출가 정영두, 작곡가 겸 음악감독 최우정이 그 주인공이다.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배삼식 작가는 “힘든 현실과 맞서 싸우는 능동적인 여성의 삶을 표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과거 그렇게 살지 못한 여성의 삶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절기를 통해 과거 세대의 여성을 다루는 일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작품의 주안점을 설명했다.

‘마디와 매듭’은 도시화 이전 자연이 부여하는 질서 속에서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여인들의 생활상과 심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24절기 중 동지부터 하지까지 13개 절기의 풍경과 세시풍속이 작품의 큰 틀을 구성한다. 시간의 마디 안에서 여인들의 ‘옹이진 마음에’ 서리고 ‘세월에 묻은’ 이야기를 춤과 노래, 연주로 엮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20년 ‘제2회 아시아스토리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작품으로 지난해 쇼케이스로 첫 선을 보였다. 올해는 어르신 세대의 인터뷰 영상을 추가하고 등장하는 무용수와 연주자 규모도 늘려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피아노, 대금, 클라리넷, 타악, 아코디언 등 서양 악기와 전통악기가 특별한 화음을 만들고, 광주 송원초등학교 중창단 어린이들의 합창으로 풍성함을 더한다.

정영두 연출은 “어르신들이 몸에 지닌 자연에 대한 지혜와 경험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 안타까워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공연에도 포함시켰다”며 “어머니, 나아가 여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온 세대가 모여서 봐도 어렵지 않은 작품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 재미있고 신이 나게 작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아시아스토리 창·제작 공연 ‘마디와 매듭’의 2021년 쇼케이스 공연 장면. (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번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전통음악의 가창을 담당하는 세 가지 소리가 모두 등장한다는 점이다. 선비들이 주로 불렀던 정가, 황해도와 평안도를 중심으로 한 서도민요, 1인 소리꾼이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는 판소리다. 정가의 김나리, 서도소리의 김무빈, 판소리의 조아라가 출연해 무대를 꾸민다. 세 소리꾼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양한 목소리로 표현할 때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소리로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며 “서로 다른 가창이지만 하나로 어우러지게 부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디와 매듭’은 추후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 공연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영두 연출은 “24절기를 모두 작품에 담고 싶었으나 공연 시간이 90분이 돼 이번엔 동지부터 하지까지 작품을 준비했다”며 “이번 공연이 잘 돼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하게 된다면 24절기를 모두 작품에 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