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株스토리]절치부심 GS건설, 건설명가 영광 되찾을까

by이명철 기자
2016.05.03 15:12:44

2007년 주가 20만원 육박하며 건설 대장주 오르기도
국내 건설경기 불황, 해외 저가수주 손실반영으로 휘청
부실 털고 턴어라운드… 주가 작년 2만원서 올 3만원으로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건설명가` GS건설(006360) 주가는 건설·부동산경기와 희비를 같이 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이후 급격히 식은 건설경기만큼 내리막길을 걸었고 해외건설 손실로 대규모 어닝쇼크까지 맛보며 올초 1만원대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던가. 부실 사업장을 털어내더니 어느덧 주가는 3만원을 넘겼다. 이제 건설사들의 생존 경쟁 틈바구니 속에서 GS건설은 과거 건설 대장주 자리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1969년 12월 설립한 락희개발 주식회사가 GS건설의 모태다. 1970년대 후반 럭키해외건설을 흡수합병하며 종합건설회사로 성장했다. 1995년 LG건설에서 2005년 지금의 GS건설로 이름을 바꿨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력은 건축·토목·주택사업이었다. 2005년 기준 매출에서 이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5%(건축 37.0%, 주택 24.3%, 토목 13.2%)에 달했다. 성장세를 이끈 것은 주택 사업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 회복과 규제 완화가 맞물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2001년만 해도 매출 비중 17.6%였던 주택사업은 2008년 29%까지 높아졌다.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고급화 경쟁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서울 강남 지역의 대표 랜드마크 아파트인 ‘반포 자이’도 이때 분양이 이뤄졌다.

또 하나의 성장축은 해외건설이었다. 중동 지역 토목사업 위주로 추진하다가 2000년대 후반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2000년대 초반 10% 내외였던 해외도급공사 비중은 2008년 16%, 2010년 28%까지 비중이 확대됐다. 주택·해외사업의 성장 기대감에 투자자는 꾸준히 몰렸다. 2005년말에만 해도 5만원대였던 주가는 2007년 10월 19만7500원으로 20만원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실적’, ‘아픈 실적’, ‘신뢰도 추락’, ‘실적도 현금흐름(Cash Folw)도 신뢰성이 없다.’ 지난 2013년 1분기 GS건설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발표한 다음날 증권가에서 나온 보고서들의 제목이다. 경기 불황에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던 회사였기에 대규모 적자가 말 그대로 ‘쇼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회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08년 6조8700억원, 4800억원에서 2010년 8조원, 6300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후 영업이익 2012년 1760억원으로 줄긴 했지만 매출액 9조5700억원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3년 1분기 53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한순간에 휘청했다. 해외 플랜트 준공현장에서의 손실을 미리 반영한 빅배스(잠재 부실 실적 반영)였다. 금융위기 전후로 눈길을 해외로 돌리면서 거둬들인 공사들이 부메랑이 돼 날아온 것이다. 고수익 사업으로 주목 받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루와이스 프로젝트에서만 3000억원 이상이 손실로 계상됐다. 2013년 연간 영업손실은 약 9400억원에 달했다.

믿었던 GS건설 부진에 증권사들은 줄줄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췄다. 한 증권사는 신뢰도가 추락해 투자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고도 평가했다. 이후 삼성엔지니어링(028050)까지 대규모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해외 저가수주 악몽이 드리워지기도 했다. 2008년 하반기 들어 주가는 10만원대가 무너졌고 우하향 추세를 나타내며 지난해 2만원대에 그쳤다. 2007년만 해도 대림산업과 20만원대 안팎에서 대장주 경쟁을 벌였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시가총액 2조원 수준의 평범한 종목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6만~7만원대를 오갔던 대림산업과의 격차가 멀어진 것은 물론이다.

절치부심한 GS건설은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먼저 경영 전반에서 진두지휘하던 허명수 사장이 2013년 대표이사(CEO)를 사임하고 임병용 경영지원총괄(CFO)을 새 CEO로 임명했다. 오너경영인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경해 재무구조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토목·건축·주택·플랜트·환경·개발사업본부와 영업지원본부로 나뉘었던 조직은 인프라·건축·플랜트·전력부문으로 바꿨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꾸준한 감소 등을 반영해 효율적으로 조직을 개편햇다. 해외공사 비중은 지난해 57%까지로 늘었지만 철저히 수익성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했다. 중국업체와 경쟁이 치열한 중동 대신 아시아, 중동, 남미 등으로 지역을 다변화했다.

국내 주택시장 회복세까지 맞물리면서 실적은 반등했다. 2014년 영업이익 512억원으로 전년대비 흑자 전환했으며 지난해 12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10조5700억원)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6000억원, 영업이익 2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4.0%, 45.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105억원)은 흑자전환했다. 주택사업 매출(5770억원)이 83% 급증했고 매출이익률 19%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지난달 진행한 고양일산 킨텍스 원시티(2200가구) 분양은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이 호조를 나타냈다.

해외공사의 비용 반영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전망은 긍정적이다. 저가로 수주한 악성 공사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1분기 1300억원 이상 손실을 반영한 라빅·와라프로젝트가 상반기 준공 예정이고 지난해 손실이 컸던 PP-12 프로젝트도 2분기 준공을 앞뒀다. 2014년 5520억원 규모 유상증자, 파르나스호텔 매각(7600억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최근 250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도 성공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도권 자체 사업장에서 주택사업 실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향후 매출인식 속도는 더 빠를 것”이라며 “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가장 강한 이익 증가가 가능한 건설주”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