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협, 의사 증원 준비해야”…의협 “필수의료 토양 마련 우선”

by김형환 기자
2023.06.08 16:07:50

복지부-의협,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복지부 “이달 내 포럼 구성…방안 마련”
의협 “필수의료과 기피 현상 해결해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의사 수 증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의협은 필수의료과에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이) 의사 수 증원을 위한 구체적 원칙과 방안, 일정을 준비해주실 것을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일명 ‘응급차 뺑뺑이’ 사고를 막기 위해서 의사 인력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도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시스템 혁신과 함께 의사 인력 확대가 따라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했을 때 최저 수준이라는 게 이 정책관의 설명이다.

그는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소극적인 점을 꼬집었다. 이 정책관은 “복지부는 수차례 의협 정기총회 등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 방안 논의를 수차례 걸쳐 요청드렸으나 관련 논의는 의료계 내부에서 사실상 금기시 되어 있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 의사의 역할과 전문성이 보건의료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다면 국민 여러분께서는 의협을 의사 권익 보호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직능 단체로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정책관은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이번달 안으로 구성,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역시 이번달 중 전문가들이 참여한 의료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과학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정원 확대 논의를 추진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광래 인천시의사회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만이 해답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광래 인천시의사회 회장은 “의대 정원이 늘어나더라도 10여년 후에야 효과가 발휘된다”며 “이 사이 필수의료 공백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되더라도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현재의 문제가 필수의료과 기피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모든 의료사고는 형사 고발로 시작해 민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환자의 쾌유라는 생각으로 시행한 의료행위 중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환자의 상태가 나빠진 경우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하는 의사로서의 삶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같은 민·형사적 책임 하에 의사들이 필수의료과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에만 의존하지말고 현재 의대생들과 인턴들이 필수의료과에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협은 의대정원 논의를 회피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틀에서 해결하기 보다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복지부와 의협은 2020년 코로나19 안정 이후 의대 정원 확대 등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일 코로나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된 이후 열리는 첫 협의체였다. 복지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의협에 공식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제안하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