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금융]은행장 직무정지 중징계 효력은?

by장순원 기자
2021.02.08 11:00:20

손회장은 자리 유지‥은행장 재직시절 잘못 징계
중징계 확정되면 연임 제한‥소송하면 효력정지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부른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행장(CEO)에게 중징계를 통보하면서 징계 수위와 절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중징계 확정되면 옷 벗는다?

우선 관심은 징계가 확정되면 금융사 CEO가 바로 옷을 벗게 되는지 여부다. 직무정지와 같은 중징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를 포함해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라임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 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 경고를 각각 통보받은 상태다.

통상 금감원의 제재는 직접 제재대상 행위를 한 행위책임자와 바로 위 상위직급자를 관리책임자로 특정해 처벌을 하는 방식을 쓴다. 금감원은 우리와 신한은행 모두 자본시장법상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징계에 나선 상태다. 특히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팔았다고 의심해 불완전 판매 행위자인 본부장이 면직을, 감독자인 손 회장은 직무 정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감독자에 대한 징계는 행위자보다 한 단계 아래로 정해진다.



원칙적으로 직무정지 이상 징계가 확정되면 업무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손태승 회장의 경우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자리에서 바로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직무정지 통보는 손 회장의 은행장 시절에 대한 제재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면 옷을 벗어야 하는 중징계이지만, 이미 회장으로 옮긴 상태이기 때문에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다만,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제한돼 사실상 금융권의 재취업 길은 막힌다.

진 행장 역시 징계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임기 2년의 연임에 성공한 진 행장은 3연임 또는 금융지주 회장 도전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징계 확정해도 행정소송 가능성

이번 징계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두 CEO의 운명이 걸린 터라 금감원과 판매 은행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제재심 과정에서 징계수위가 감경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라임사태 제재심에서 우리은행 등 판매사의 소비자 보호노력을 징계수위에 반영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제제심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의견을 받아들여 징계수위를 낮추면, 금융회사의 사후 피해 수습노력을 인정한 첫 사례가 된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라임사태 수습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게 원금을 100% 돌려주라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가장 먼저 수락했고, 다른 라임 펀드의 분쟁조정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CEO의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행정소송을 진행하면 징계의 효력이 잠시 중단된다.

이미 손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뒤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최고경영자(CEO)를 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3월 임기 3년의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