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시세’ 빠진 공시가 기초자료…“깜깜이 논란 해소엔 한계”

by김나리 기자
2021.04.28 15:01:56

주변 학교, 편의시설 등만 열거
전문가 “보완 필요…원칙 가지고 공개해야” 지적
국토부는 어렵다는 입장…“불필요한 잡음 우려”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정부가 ‘깜깜이 공시가 산정’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올해부터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한다. 그러나 공시가 산정의 핵심인 개별 주택의 적정시세와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밝히지 않으면서 시장 의구심을 풀고 논란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단지(사진=연합뉴스)
◇공시가격 산정 기초 자료 공개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와 해당 공동주택이 소재한 시·군·구청 민원실을 통해 집주인들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한 뒤 의견제출 및 검토 절차 등을 거쳐 29일 공시가격을 결정·공시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외에도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를 함께 볼 수 있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시범공개한 이후 전국을 대상으로는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산정기초자료는 △공시가격 △주택특성자료 △가격참고자료 △산정의견 등으로 구성된다.

주택특성자료에는 교육시설, 공공편익시설, 교통시설 등 주변환경과 단지특성, 세대특성 등이 담긴다. 단지 특성에는 단지명과 용도, 용도지역, 건물구조, 동수, 세대수, 사용승인연도, 건폐율/용적률, 전체 주차대수, 최고·최저 층수, 공시면적 종류 등이 포함된다. 세대 특성에는 공시면적, 해당세대수, 향 등이 들어간다.

가격참고자료를 통해서는 구체적인 인근 거래 사례가 공개된다. 소재지와 층, 전용면적, 계약일자, 금액 등을 볼 수 있다. 부동산테크 시세정보를 통한 상한가격(천원), 하한가격(천원)도 제공된다. 산정의견을 통해서는 종합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적정시세 비공개…“논란 해소 못해” 지적 나와

하지만 정작 공시가 산정과 관련해 깜깜이 논란을 불러온 개별 주택의 적정시세는 이번에도 공개되지 않는다. 현실화율도 확인 불가능하다. 결국 이 자료를 보더라도 국토부가 해당 주택의 적정가격을 얼마라고 판단하고 공시가격을 매긴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론적인 정보 공개로는 논란을 해소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교수)은 “공시가 산정근거로 활용한 적정시세가 얼마인지, 시세 반영률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고 어떻게 깜깜이 산정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원칙을 가지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이는 건축물대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수준”이라며 “공시가격 산정의 수요자 이해를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자신의 주택 공시가 산정 근거가 된 적정시세를 궁금해하던 소유주 등의 의구심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이의신청 건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의견제출 기간이 끝나고 공동주택가격이 결정·공시되더라도 5월 28일까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재조사가 가능하다. 변경이 필요할 경우엔 반영돼 6월 25일에 최종적으로 조정·공시된다. 올해 제출의견은 4만9601건으로 이미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다만 국토부는 현재로서는 개별주택 적정시세를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적정시세를 공개할 경우 현실화율이 함께 드러나면서 시장에 불필요한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 단지나 집에 따라 차이가 나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현실화율이 공개돼 버리면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다른 집과 왜 현실화율이 다른지를 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소유주 등의 민원이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들쭉날쭉한 현실화율이 어느 정도 형평성을 갖추게 되는 2023년 이후 정도에는 적정시세 공개가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현재 공시가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자료=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