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또 사고' HDC현산 신뢰성 직격탄..정몽규 회장 퇴진할까

by하지나 기자
2022.01.12 14:27:28

[광주아파트붕괴사고]유병규 대표, 현장서 사과문 발표
광주지역 4개 현장 모두 공사중단 후 현장점검
정몽규 회장, 광주학동 사과 이후 7개월만 대형참사
브랜드 신뢰도 훼손..경영진 책임 논란 불거질 듯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사진=뉴스1)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7개월만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6월 사망 9명, 부상 8명 등 17명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재차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보름을 앞두고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HDC현산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병규 HDC현산 대표이사는 사고 발생 이튿날인 12일 오전 10시 사고현장 소방청 사고대책본부 인근에서 “저희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저희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수사기관의 조사와 국토교통부 등의 사고원인 규명에도 성실히 임하는 등 앞으로 추가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뉴스1)
전날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물 1개동 23~38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슬래브(지붕 상판) 타설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고로 HDC현산의 브랜드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당장 HDC현산이 광주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를 비롯해 계림동 아이파크 SK뷰(1750가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 3단지 재건축 등 광주에서 4개 구역, 5건의 아파트 시공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조사결과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타설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HDC현산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광주 철거현장 붕괴사고 직후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한 바 있다.

더욱이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있다. 현재 중대재해법 적용은 어렵겠지만 연이은 붕괴 사고에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 논란은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또한 각종 정비사업 등 신규 수주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정도로 강도 높은 쇄신안을 발표하지 않으면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관측에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해 지난 학동 붕괴 사고와 사안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당시 HDC현산은 불법 재하도급을 인지하고 묵인한 혐의는 있으나 이를 직접 지시하거나 공모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 조치만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HDC현산의 직접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광주 학동 참사는 하청업체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명백히 건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라면서 “시공사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