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아선 재지원자 위주로 뽑고 싶어요"[그래서 어쩌라고]

by전재욱 기자
2023.05.25 14:41:51

재지원 원천 봉쇄하거나 조건부 제한하는 채용 시장
정보 부족한 지원자 자발적 포기 불러, 취업 미스매칭
외려 재평가받는 재지원자..평생직장 사라지며 바뀐 인재상
"로열티가 채용 좌우하는 지표..재지원은 긍정평가 요소"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채용에서 탈락한 회사에 다시 지원하면 입사할 수 있을까. 과거는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이 재지원자를 거른다는 시선을 받아왔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마당에 재수해서라도 회사에 입사하려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사진=게티이미지)
25일 채용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경기에 있는 중소 제조기업 A사는 채용 공고에서 ‘재지원 불가’를 조건으로 걸었다. 사유를 정확히는 밝히지 않지만 ‘지원자의 양해를 구한다’는 정도이다. “채용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줄이고자 앞서 탈락자를 배제하려는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기업 가운데도 재지원에 일부 단서가 붙곤 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불합격한 적 있는 채용 직군에 다시 지원하려면 최소 6개월이 지난 이후를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같은 ‘6개월 커트라인’ 기준을 적용한다. 카카오는 ‘동일직군 채용은 1년 이내에 재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게 채용 방침이다.

구직 시장에서는 어느 단계에서 탈락했는지가 관건이라는 풍문도 돈다. 예컨대 ‘서류 탈락은 재지원해도 무방하지만 임원 면접 탈락은 재지원해도 가망이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풍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국내 IT 기업의 합격자(라고 소개한 이의) 수기를 보면 “면접에서 탈락하고 재지원한 끝에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이런 수기가 비단 한두 건만은 아니다.



이런 이유에서 재지원 조건부 제한(배민 등) 등을 원천 금지(A사)와 구분할 여지가 있다. 지원자를 재평가하는 데 최소한의 시간을 둔 것을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체 관계자는 “재지원자 불이익이 정설로 여겨지면 취업 시장 미스 매칭을 부른다”며 “기업은 지원자가 가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려 ‘재지원자’는 채용 시장에서 몸값이 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용 시장 구도가 달라진 게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 평생직장 시절은 사실상 모든 지원자에게 조직에 대한 로열티는 기본 소양이었다. 개중에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뽑으면 그만이었다.

시대가 달라지고 평생직장은 옛말이 됐다. 구직자와 조직원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기업을 좇아 자리를 옮기는 일이 잦다. 조직원 이탈은 조직 안정을 해쳐서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면 직원 채용보다 직원 관리에 드는 지출이 더 든다. 교육·훈련한 직원이 이직하면 조직 손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류를 반영해 기업 인재상이 ‘조직에 대한 로열티’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물론 실력을 전제로 하는 건 변함없지만, 과거 로열티가 후자였다면 이제는 전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런 터에 재지원 자체가 좋은 점수로 이어진다고 여기면 금물이다. 대등한 역량을 갖추는 게 기본 전제이다. 여기에 ▲재지원 이유 ▲탈락 이유에 대한 진단과 보완 ▲개선한 역량 등을 보여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기업 집단에 소속한 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맡아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조직에 대한 열의를 판단하는 지표로서 재지원 이력은 눈여겨보는 추세”라며 “기업이 재지원자 여부를 일일이 파악할 수 없으니, 재지원자라면 사실을 어필하는 것이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