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 매력` 전단채펀드에 올들어 6000억 뭉칫돈 몰려

by송이라 기자
2016.05.25 15:25:44

단기자금 블랙홀…한투운용·KTB·동양운용 경쟁
연2%대 수익률로 MMF·단기국공채 '대항마'
은행권 자금 집중…"부동산PF 등 편입자산 위험 따져야"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시중 부동자금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자단기사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단채펀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정기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주면서도 안정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에 은행을 통해 개인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험자산이 일부 포함되는 만큼 투자위험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한국투자e단기채(채권)(C)’펀드에 513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2월29일 출시된 지 석 달만이다. ‘KTB전단채[채권]종류C’펀드도 같은 기간 842억원이 유입됐고 가장 최근인 3월 설정된 ‘동양단기채권(어음)ClassA’펀드에도 274억원이 몰렸다. 이 세 펀드만 올 들어 6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쓸어담았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펀드에 2조5000억원이 유입됐고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1조4000억원이 빠져나간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전단채펀드란 전자방식으로 발행되는 만기 1년 미만의 채권을 중심으로 기업어음(CP)와 일반채권,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통상 3개월 미만의 전단채에 투자해 금리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낮고 환매수수료가 없어 수시로 인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수익률이다. 크레딧물에 투자하다보니 일반 머니마켓펀드(MMF)나 국공채펀드보다 최고 0.3~0.5%포인트 가량 높다. 정기예금 금리가 1.5% 미만인 데 반해 전단채펀드의 1년 기대수익률은 보수를 차감해도 2% 내외로 높다.



이같은 이유로 시중은행에 맡긴 개인들의 단기 부동자금이 물밀듯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MMF보다 높은 판매보수에 은행원들도 정기예금이나 MMF보다는 전단채펀드를 권유하면서 하루에도 수 백억원씩 가입되는 추세다. 이영철 한국투자신탁운용 채널영업본부 팀장은 “저금리 시대에 증시를 둘러싼 매크로 환경도 불안해 시중자금이 점점 더 부동화되가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금리를 더 주는 곳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안정성까지 갖춘 전단채펀드가 인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단채펀드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단기채 위주로 짧게 운용하더라도 회사채에 투자하는 만큼 리스크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PF를 구조화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나 전단채에 최대 30%까지 투자할 수 있어 일반 국공채펀드랑은 본질적으로 다른 상품이라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전단채펀드가 마치 MMF나 일반 국공채펀드랑 같은 수준의 안정성에 금리는 더 높은 상품이라는 인식으로 시중자금을 흡수하고 있지만 이는 위험성이 과소평가된 것”이라며 “건설사 CP가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장준경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장도 “세상에 완전히 안전하면서 금리까지 좋은 상품은 존재할 수 없다”며 “펀드에 가입하기 전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인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운용사들은 부동산 PF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는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으며 이조차도 은행과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하면서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 했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우리 펀드에 부동산 PF 관련 자산 비중은 건수로는 1건, 비중으로도 5%가 채 안된다”며 “리스크 전담본부에서 신용리스크 사전통제와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하며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