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硏,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고기능 '간 장기유사체' 개발

by이연호 기자
2019.07.23 12:00:00

기존 연구서 증식하지 않는 간세포 한계를 오가노이드 기술로 극복
간독성·약효 평가용 새로운 인체모사 간 모델 개발로 신약개발 효율성 향상 기대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인체 거의 모든 신체세포로 분화 가능한 줄기세포인 인간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이용해 증식 가능한 3차원 형태의 인간 간 모사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신약개발 단계에서 필수적인 간독성, 유효성 평가용 인체모사 간 모델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간극을 메우는 데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간 오가노이드 제작 및 활용 모식도. 인간 피부세포(fibroblasts)를 전분화능 줄기세포(iPSCs)로 리프로그래밍 시킨 후 3차원 오가노이드 형태의 간 장기모사체(human hepatic organoid)로 제작 및 증식(self-renewal) 가능하고 고기능(functional)으로 정상 및 간 질환을 모델링(disease modeling)해 개인맞춤 독성 및 약효 평가(personalized drug toxicity and efficacy screening)에 활용 가능함. 그림=생명연.
간은 재생이 잘 되는 장기이긴 하지만 신약개발 단계에서 활용하기 위해 간 조직을 얻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체외에서 간 세포는 전혀 증식하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진행돼 왔다.

특히 줄기세포를 이용한 간 세포모델 개발의 대표적 두 선두그룹인 Hans Clevers(네덜란드)와 Hideki Taniguchi(일본)이 있으나 Clevers 그룹은 외과적 수술을 통해 간 조직을 확보해야 하는 한계가 있고 성체줄기세포 기반이기 때문에 특정 세포만 얻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Taniguchi 그룹은 생명연 연구팀과 같은 인간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활용해 조직의 다양한 세포(혈관, 면역세포 등)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제작된 간 모델은 오가노이드 형태가 아닌 세포 덩어리 형태이며 특히 증식하지 않고 기능적으로 미성숙한(실제 간세포와 유사하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두 기술의 장점을 접목해 환자맞춤형의 인간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이용하면서 3차원 오가노이드 형태의 간세포 모델로 분화시키는 기술을 완성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의 자가조직화(Self-organization) 능력을 이용해 인체 조직과 유사하게 3D 형태로 제작한 장기유사체를 말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 전분화능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 모델이 갖는 한계(증식하지 않고 기능적으로 미성숙)를 극복한 최초의 성과다. 체외에서 장기간 증식이 가능하고 동결·해동이 가능하며 기능적으로 성숙한 간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오가노이드가 성숙화 될수록 인체와 유사한 약물 반응을 분석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한 간독성 평가가 가능함을 확인했고 지방간(fatty liver) 모델을 제작하고 치료제 발굴을 수행해 정상 및 간 질환 플랫폼 활용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연구책임자인 손명진 박사는 “동물실험에서 간독성이 없었으나 임상에서 독성을 나타내 심각한 경우 환자가 사망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약물이 퇴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결국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 장기유사체’를 얼마나 인간과 유사한 정도로 구현(성숙화)하고 대량으로 제공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델과 같이 인체 유사도가 높은 간 모델을 비임상에 활용함으로써 향후 신약개발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생명연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손명진 박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생명연의 빅 이슈 그룹(BIG)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코리아 바이오 그랜드 챌린지(Korea Bio Grand Challenge) 사업 및 보건복지부의 질환극복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간 연구분야의 세계적 전문지인 저널오브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 7월 9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