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개선 필요"

by김호준 기자
2020.11.20 15:43:15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소상공인 포럼
정수정 중기연 박사 "적합업종 실태조사 자료요구권 강화해야"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적합업종 신청 자격 완화도 필요"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중고차 판매 업계와의 갈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 문제를 들어 공신력 있는 완성차 업체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중고차 진출을 공식화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정부가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지정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거쳐야만 신청할 수 있는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자격을 확대하고, 업종 실태조사 단계에서 객관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자료 요구권을 강화해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소상공인 포럼에서 정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현황과 과제’ 발표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2018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영세 소상공인이 다수인 업종·품목을 지정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현재는 △두부·간장·고추장 등 장류 제조업 △서적 신문 및 잡지 소매업 △LPG연료 소매업 △자판기 운영업 등 8개 업종이 지정돼 있다.

특히 최근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 문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고자동차판매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으로 의결하면서 현재 중기부 심의회 최종 결정을 앞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차가 최근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중고차 판매업계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우선 정 연구위원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필요한 실태 파악을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규제제도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서는 해당 업종이나 품목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필수적이지만, 대기업들은 내부기밀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꺼려 실태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별도 페널티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이행점검을 위해서라도 자료 제출 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연구위원은 동반위가 생계형 적합업종을 ‘추천’하는 문제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반위는 소상공인 단체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한 업종·품목이 적합한지 아닌지 중기부에 추천하도록 돼 있는데, 이것이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지 단계 진행을 위한 절차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아울러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기간인 5년 동안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를 위한 예산은 마련돼 있지만, 집행방식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관련 기관이나 대기업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호가 시급한 업종의 경우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운영 2년 차를 맞아 소상공인 보호제도로 연착륙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