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추억의 명물'들이 사라진다

by김미경 기자
2014.11.24 16:16:21

밤문화 상징 '물나이트' 내달 역사 속으로
껑충 뛴 임대료·변화된 트렌드에 적응못해
리치몬드·뉴욕제과등 전통 명물 잇단 폐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울의 오랜 명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다음달이면 또 하나의 추억 명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1980~90년대 소위 ‘좀 놀아본 남녀’라면 알만한 리버사이드호텔 물나이트 클럽이 33년만에 문을 닫는다.

지난 2012년 1월과 5월 각각 서울 홍대 앞 명물이었던 ‘리치몬드 제과점’과 강남역 명소인 ‘뉴욕제과’가 30여년만에 문을 닫은 데 이어 3번째다. 껑충 뛴 임대료를 당해낼 수 없어 자진해서 철수하거나 젊은 문화 권력에 쇠퇴해 문을 닫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서울 잠원동에 있는 리버사이드호텔은 물 나이트클럽이 있던 LL층을 최신 유행의 고급 라운지 바와 스테이크하우스로 바꾸고 1년여의 개보수를 마친 뒤 다음 달 초 문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1981년 호텔이 생기면서 영업을 시작한 물 나이트클럽은 80~90년대 강남의 대표 클럽으로 인기를 누렸다. 역사가 오랜 만큼 사연도 많았다. 과거 젊은이들이 즐길 문화가 적었던 만큼 당시 연인들의 만남 장소이자, 밤 문화의 대표 서울 명소였다.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 이주일과 지금 ‘가왕’으로 불리는 조용필이 이곳에서 공연도 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 문화가 쇠퇴하면서 물 나이트클럽도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결국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1년간의 공사 끝에 요즘 유행하는 고품격 라운지바와 스테이크하우스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됐다.

물 나이트클럽이 간판을 내리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5년 3월 부도를 맞은 이후 10년 넘게 경매에서 유찰되다가 2008년 경매를 통해 현재 소유주인 가우플랜(구 하이브리드건설)에 넘어갔다. 소유권을 확보한 가우플랜은 지난 5년간 12∼13층의 풀 살롱은 객실로, 3층 터키탕은 스파 시설로, 카바레는 고급 중식당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고, 내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명물로 불렸던 ‘리치몬드 과자점’는 자본의 공세에 문 닫은 경우다. 1979년 창업한 이름난 전통 빵집이었으나 결국 2012년 1월31일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폐점했다. 대신 이 건물에는 롯데그룹 계열인 엔제리너스 커피전문점이 입점해 운영 중이다.

강남의 뉴욕제과도 추억 속으로 사라진 지도 2년6개월이 지났다. 1974년 지하철 강남역보다 먼저 생긴 뉴욕제과는 많은 이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지금은 제일모직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 매장이 들어섰다. 명당자리에 위치한 ‘강남의 랜드마크 교체’는 세월의 흐름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 시대의 주소가 됐다.

김용수(45)씨는 “내 또래라면 강남 뉴욕제과 앞에서 친구들을 만나 한잔한 후 물나이트에서 여흥을 즐기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라며 “이시대의 명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 같아 무척 섭섭하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