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 반도체 수출 '마이너스'…"3분기 가격하락폭 확대 전망"

by김상윤 기자
2022.08.11 15:06:36

한국 수출 이끌던 반도체 역성장 조짐
IT수요 급감에 메모리 가격 하락세 지속
트렌드포스 "3분기 최대 18% 하락 전망"

[이데일리 김상윤 강신우 기자] 8월초 한국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 수출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IT기기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한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등 메모리 반도체 혹한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29억9100만 달러(약 3조9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 3월(36.9%)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 7월 반도체 수출액이 2.5% 증가에 그친 상황이다.

아직 1~10일 수치에 불과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수요마저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17억달러였고, 올 7월 수출액은 112억달러에 그쳤다.

관세청 8월 1~10일 주요품목 수출입 현황
반도체 업황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0일 3분기 반도체 D램가격이 2분기 보다 최대 18%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인 최대 13%보다 5%포인트 더 하향 조정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유통업체와 고객사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가격 협상에 나서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다른 업체들도 이에 따라 판매 가격을 대폭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며 “3분기 소비자 D램 가격은 최대 18%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에도 3분기보다 D램 가격이 3~8%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는 기존 감소 전망치 0~5%보다 3%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시장의 공급과잉이 해소될 때까지 소비자 D램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가 이번에 내놓은 전망치는 고성능 셋톱박스, 게임기, 스마트TV 같은 소비자향 D램 가격 추정치다. 서버 등 D램 가격 전망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나마 서버용 D램은 일반 IT기기에 비해 아직은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서버용 D램 전망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서버용 메모리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의 경우에도 이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재고를 우선 소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서버향 메모리는 매크로 이슈로 인한 수요 감소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지정학적 이슈 속에 고객사가 일시적인 메모리 재고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들을 중심으로 AI, 5G 등 신성장 분야 및 핵심 인프라 투자는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펀더멘털한 서버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메모리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마이크론은 9일(현지 시간) 자사 회계기준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가 당초 예측했던 68억~76억달러(약 8조9000억~9조9000억)를 밑돌 것이라고 공시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투자자 행사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시장이 더 악화됐다”며 “(반도체 수요가) 훨씬 광범위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