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비교·추천서비스’ 예상 외 격전지 된 ‘자동차보험’

by유은실 기자
2022.10.21 17:01:41

‘자동차보험’ 우선 입점 예상했지만...1호 상품은 ‘여행자보험’
보험·핀테크업계 이견 ‘팽팽’...카카오 사태로 당국 신중론도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의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에 자동차보험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자동차보험은 비교·추천서비스 ‘허용 상품’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험업계 안팎의 반대와 ‘카카오 사태’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해당 서비스 탑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업계, 보험영업인노동조합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2차 결의대회’를 실시했다. (사진=한국보험대리점협회)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의 보험 비교·추천서비스의 첫 상품은 자동차보험이 아닌 여행자보험이 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해상을 비롯한 DB손해보험·K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케롯손해보험 등은 네이버파이낸셜과 함께 여행자보험 비교·추천서비스 제공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동차보험에 대해서는 업권 간 이견이 여전한 상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 관련한 업계의 의견을 돌아가며 청취하고 있다. 이날 오후 진행된 금융위와 손해보험업계 간 간담회에서도 자동차보험을 비롯한 허용 범위와 수수료 등 다양한 의제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업계의 기존 전망과는 다소 다른 전개다. 지난 8월 금융위가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적용해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때만 하더라도, 자동차보험이 해당 서비스에 우선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보험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데다 표준화가 상당히 이뤄진 상품이라 비교·추천서비스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다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도 이런 이유로 비교·추천서비스에 가장 먼저 입점할 상품으로 ‘자동차보험’을 지목해 왔다. 그러나 손해보험업계와 보험대리점·보험설계사들의 반발이 예상 외로 거셌다. 20조원 규모인 자동차보험이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로 넘어가면, 빅테크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인상 등 시장 잠식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자동차보험은 이미 손해보험사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을 통한 가입이 쉬운 상품인데, 빅테크 플랫폼이 중간에 끼게 되면 수수료 비용이 상품 사업비에 추가되고 결국 보험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험대리점업계 역시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는 자동차보험은 생존권과 연결된다며 비교·추천서비스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플랫폼 업체들은 비교·추천서비스에 자동차보험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상품인 만큼 소비자 편의성 등을 고려한 상품 허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 포함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음주 관련 세부 사항이나 새로운 결정이 날 것이라는 예상도 잘 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카카오 먹통 사태’가 상품 허용 범위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관측된다. 지난 15일부터 서비스 장애가 이어지면서 카카오가 데이터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만큼, 금융당국도 신중 모드로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자동차보험이 서비스에 포함될 지 여부는 금융당국의 판단인데, 이번 카카오 사태로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 같다”며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와 규제 필요성이 다시 언급되는 만큼, 당국 입장에서도 바로 결정을 내리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