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는 빚더미 시장? 메릴린치 보고서 논란 '일파만파'

by김대웅 기자
2015.07.28 16:12:32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증시가 8년 만의 최대 폭락세를 기록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 내용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 증시의 최대 불안 요소로 꼽혔던 신용거래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28일(현지시간) 재경망과 봉황국제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BOA메릴린치가 내놓은 신용 리스크 관련 보고서가 중국 증시의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주범으로 지목됐다.

메릴린치는 전일 중국 A주의 신용융자 규모가 7조5000억위안(약 13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중국 A주식이 현재 7개 통로로 레버리지가 유입되고 있는데 원래의 자금을 계산해 보면 3조7000억위안에 달하고 평균 레버리지 비율이 두 배라고 가정하면 A주식 신용융자금액이 최소 7조5000억위안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A주식 시가총액의 13%, 유통시가총액의 34%에 해당하는 방대한 규모다. 기존에 시장에 알려진 신용거래 규모는 2조위안 안팎이었다.

데이비드 쿠이 BOA메릴린치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 주식에 가차없는 매도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증시는 급속도로 낙폭을 키웠다. 27일 오전 중 1~2%대 약세를 보이던 상하이지수는 메릴린치의 보고서 내용이 전해지면서 오후 들어 하락폭을 확대해 결국 8.5% 폭락하며 8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달 초 한 차례 증시 급락의 여파로 신용 레버리지 리스크가 상당수 완화됐을 것으로 인식하던 시장의 투자심리가 이번 메릴린치 분석으로 다시금 불안해진 데 따른 것이다. 주식을 사기 위해 빚을 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주가 하락시 급격한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어 그만큼 증시 체력이 허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현지 증권사들은 메릴린치 분석이 터무니없다며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샤오리창(肖立强) 초상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릴린치가 제시한 증거금융자금, 지분담보대출 등 7개의 레버리지 경로에 대해 계산 상 오류가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메릴린치 계산 시스템의 오류를 지적하며 “중국 자본시장은 한마리 물고기에 그렇게 쉽게 물이 흐려지는 그런 곳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용 우려 뿐 아니라 기업 펀더멘털 우려도 이번 급락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다음달 초부터 상반기 실적이 공개되는데 대체로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라며 “불안한 투자심리에 메릴린치의 보고서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의 증시 대응에 대해 ‘금융 공산주의’란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정부에 증시 지원을 거둬들일 것을 촉구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주식시장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지 시험 무대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악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