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서 발 빼는 펀드자금..외국인 韓 사랑도 끝났나

by권소현 기자
2014.09.22 15:55:47

신흥국펀드서 26주만에 최대 규모 순유출
외국인 국내 증시서 사흘째 순매도
매력 낮은 韓 증시..당분간 자금유입 규모 둔화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펀드에서 대거 빠져나간 가운데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사흘째 내다 팔았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면서 코스피지수도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 2322억원 순매도했다. 사흘 연속 매도에 나서 이 기간에 총 5830억원 팔아치웠다. 코스피지수는 2039.27로 마감해 닷새 만에 다시 2040선을 밑돌았다.

이는 국내 시장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외국인은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도 매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 한 주간 대만에서는 3억7700만달러 순매도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1억9500만달러어치 팔았다. 인도와 필리핀에서도 각각 4100만달러, 3200만달러 매도우위를 보였다.

그동안 신흥국으로 몰려들었던 글로벌 자금이 슬슬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한 주간 신흥시장에서 10억9000만달러 빠져나갔다. 8주 만에 순유출로 전환한 데다 유출규모는 26주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선진시장으로 66억1000만달러가 유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흥시장 중에서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펀드에서의 자금이탈이 6억8000만달러로 가장 컸다. 주로 중국, 한국, 인도 관련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해갔다.



글로벌 자금흐름은 선진국 통화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4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이후 신흥국 주식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확대됐지만,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파적인 뉘앙스를 풍기자 다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신흥시장에 풀렸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도 본국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담으며 증시를 떠받치리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분석이 높다. 그동안 신흥국 증시는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지만 이제는 미국 등 선진국에 뒤처진다는 것. 실제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의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10.2%로 미국의 10.8%, 선진국의 10.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 증시의 경우 알리바바가 최근 사상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했고,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연일 사상최고를 갈아치우는 등 분위기가 한껏 고무돼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3분기 실적부진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굳이 사들일 이유는 없다”며 “아시아 증시만 놓고 봐도 가격메리트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환율 효과에서는 일본에 뒤처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금유입 규모가 둔화할 수는 있어도 추세적인 자금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휘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러 이벤트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스코틀랜드 독립은 부결됐고 ECB의 1차 타깃 장기대출(TLTRO) 수요 부진은 예상했던 결과인데다 미국 연준이 점진적 출구전략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험자산 선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