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3D 프린팅으로 나노 구조물 만드는 기술 개발

by강민구 기자
2019.12.19 13:37:48

'소금' 더해 쉽게 나노섬유 적층
정밀 바이오 장치 응용 기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3D 프린팅으로 나노 규모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윤경 첨단연성물질 연구단구단 그룹리더 연구진이 근거리 전기 방사 기술에 쓰이는 고분자 용액에 염화나트륨을 더해 나노 섬유를 3차원으로 높게 쌓고, 나노 규모 구조물을 만들어 선보였다고 19일 밝혔다.

나노 규모 3D 프린팅 개요.<자료=IBS>
근거리 전기방사 기술은 빠르게 굳는 고분자 용액을 기판과 가까운 거리에서 쏘아 섬유를 만들어 쌓는 프린팅 기법이다. 나노 섬유는 유연해 휘어지는 센서나 인공 조직을 만드는 데 쓰인다. 위치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고, 비교적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하지만 이를 높게 쌓기 위해서는 복잡한 외부 부속품이 필요해 2차원 평면 구조를 만드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이미 쌓인 나노 섬유와 새로 방사하는 고분자 용액 사이의 정전기력에 주목해 문제를 해결했다.

전기방사는 방사되는 고분자를 양 또는 음 전하를 띠게 한 후, 반대 전하를 띤 기판으로 쏘는 원리를 이용한다.



방사되는 고분자가 앞서 쌓인 나노섬유와 같은 전하를 띠기 때문에 정전기적으로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생긴다. 나노 섬유를 두 층 이상 정확히 정렬하기 어려운 이유다. 연구진은 고분자 용액의 정전기력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러 첨가물을 섞어보며 시험을 거듭했다.

연구진은 고분자 용액에 염화나트륨을 추가하면 나노섬유와 인력이 작용해 높은 나노 구조물을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염화나트륨이 섞인 고분자 용액은 전기전도도가 높아져, 나노 섬유로 쌓이자마자 전하가 기판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처음과 반대되는 전하를 띠어 이후 방사되는 고분자 용액을 끌어당긴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나노섬유를 100개까지 일렬로 쌓아 약 7 마이크로미터(μm) 높이의 구조체를 만들었다. 기존에 한 층만 인쇄했던 근거리 전기 방사 기술과 달리 높이가 두께의 72배에 달하는 나노 벽을 제작해냈다.

연구진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기능성 물질이 코팅된 나노 구조체들을 제작했다. 고현협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과 전도성이 높고 빛 투과율은 거의 그대로인 3차원 투명 전극을 만들었다. 전극 모양으로 나노 구조체를 인쇄한 뒤 전기가 통하는 은으로 코팅하고, 투명한 실리콘 필름 안에 넣어 전극 제작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윤경 그룹리더는 “3차원으로 배열·적층한 나노 섬유를 제작해 미래에 나노전자공학, 스마트 재료, 바이오메디컬 장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 5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