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대强 대응 속 레드라인 지킨 美北…내주말 '대화냐 아니냐' 갈림길

by이준기 기자
2021.03.26 16:03:40

北 고강도 도발 때 김정은은 경제 행보…강경 메시지도 없었다
바이든 엄중 경고 나섰지만…직접 아닌 안보리 통한 우회 압박
거세진 신경전…韓美日 안보회의 통한 新대북정책 최대 가늠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순항 미사일에 이은 탄도 미사일 발사’ Vs ‘긴장 고조 땐 상응한 대응 있을 것’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현실화하면서 북한·미국 간 신경전이 매서워지고 있다. 다만, 북한이 도발을 공식 확인하면서도 대남(對南)·대미(對美) 강경 메시지는 자제했고, 미국 역시 ‘강 대 강’ 대응을 예고하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를 통한 다소 저강도의 압박으로 일관하면서 양측 모두 ‘대화의 끈’만은 놓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내주 말 한·미·일 안보사령탑 간 ‘워싱턴DC 회의’에서 얼개를 드러낼 조 바이든표(標) 새 대북(對北) 정책은 향후 북·미 관계를 가를 최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김정은, 선은 넘지 않았다

북한은 26일 전날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신형 전술유도탄을 시험 발사한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현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평양 시내 주택단지 건설 사업을 위한 현장을 시찰했다. 단계적 도발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가늠하면서도 당장 도를 넘은 자극만은 피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무력도발에 거리를 두는 동시에 ‘경제’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 일종의 대미 대화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의 대응도 아슬아슬했지만, 도는 넘지 않았다. 취임 65일째를 맞은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향해 ‘국제 질서 위반’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추가 도발 시 맞대응 가능성을 피력했다. 이미 외교와 동맹규합을 통해 북한 문제를 풀겠다는 뜻을 수차례 피력한 만큼 ‘강 대 강’ 구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엄중한 경고로 읽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참관하는 대신 평양시민을 위한 여객버스 시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미국의 독자적 대북 조치가 아닌,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소집을 요구한 건 자칫 새 대북정책을 대입하기도 전에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만만찮다. 다행스러운 건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역시 작년 3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문제 삼지 않은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초고강도 도발이 아닌 이상, 사실상 못 본 척했었다.

최대 관건은 바이든표 새 대북정책

시선은 바이든표 대북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에서 엿보이듯, 이번 북한의 도발로 대북정책 기조가 확 틀어질 가능성은 아직 작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식(式) ‘톱·다운’(하향식)·버락 오바마 행정부식 ‘전략적 인내’ 대신, 바텀·업(상향식)을 뼈대로 한 포괄적·단계적이란 빌 클린턴식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염두에 두고 재검토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인 한국·일본이 “미국이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게 가장 생산적”(워싱턴포스트)이라고 건의한 만큼, 새 대북정책 실행 땐 북·미 간 직접대화가 이뤄질 공산이 적잖다.

현재로선 내주 말 예정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최종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6일 예정된 안보리 대북제재위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책이 나오고, 이에 북한이 더 상향 조정된 고강도 도발에 나서는 등 도미노식 맞대응 국면에 진입하면 상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ICBM·SLBM 발사 등 북한의 초고강도 도발은 제아무리 바이든 행정부라고 해도 묵인하기 어렵다. 아직까진 대화 국면으로 진입할 공산이 더 크지만, 북한의 오판 속에 한반도 전체를 뒤흔들 파국적 긴장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