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 기적’ 아기에 입양 연락 쏟아졌지만…부모 잃은 아이들 상당수

by이재은 기자
2023.02.10 14:03:30

9일 AP통신 보도
“아야는 고아가 된 수많은 아이 중 한명”
친척들이 거두어들이지만, 생존문제 직면
UN 첫 구호물자, 지진 발생 3일 만에 들어가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대지진이 강타한 시리아에서 극적으로 태어난 신생아에 입양 연락이 쏟아진 가운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 발생 50시간 만에 구조된 7세 소녀가 지난 8일 튀르키예 국경 지역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AP)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구조된 신생아의 이름이 ‘아야’(아랍어로 기적)로 지어졌다며 아야는 지진 피해로 고아가 된 수많은 아이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의사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대부분의 경우 친척들이 고아를 거두어들이지만 이들 또한 생존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었는지 말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시리아 북서부 한 병원에 입원한 7살 소녀의 사례를 언급하며 가족 중 혼자 생존했다고 전했다. 담당 의사는 이 소녀가 “지진 발생 30시간 만에 구조됐다”며 부모님과 세 명의 형제자매는 모두 숨졌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 병동에 24개의 침상과 5개의 인큐베이터가 있지만 수십 명의 아이들이 입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인원에 대한 수용력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이 지역 안에서 소아외과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을 언급하며 “아이를 살리려고 했지만 끝내 구하지 못한 슬픔을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고아의 수를 결정하기에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고아원으로 보내지기 전에 친척들이 와서 그들을 데려간다”고 했다.

이 의사가 맡았던 7세 소녀는 이모가 병원에 데리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터리아 국경 지역 강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된 신생아가 시리아 알레포주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AP)
한편 극적으로 구조된 신생아 아야와 7세 소녀가 구조된 시리아 북서부 지역은 반군이 통제하는 곳으로 구호물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BBC에 따르면 유엔은 이용 가능한 유일한 국경 통제소 바브 알하와를 통해 매달 구호물자를 튀르키예에서 들여왔지만 이번 대지진으로 통로가 파손되며 구호품 공급이 어려워졌다. 유엔의 첫 구호물자는 지진 발생 3일 만인 9일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넘어 반군 장악 지역으로 들어간 상태다.

유엔의 시리아 구호 담당자 엘 모스타파 벤람리는 이번 지진이 시리아 109만명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 나라가 “위기 위에 또 위기”를 겪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