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팩업계도 침체…업계 '큰손'마저 청산 나서·트럼프도 합병 난항

by방성훈 기자
2022.09.21 15:46:23

'스팩킹' 팔리하피티야, 스팩 2곳 청산해 투자금 되돌려줘
"마땅한 합병 대상 찾지 못해…공공 자본시장 위태"
트럼프 SNS '트루스소셜' 스팩 합병도 협상 난항
외신들 "증시 침체에 스팩 투자 고갈…스팩킹도 타월 던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주식시장 침체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의 인기도 시들어가고 있다. 업계 ‘큰 손’마저 마땅한 인수·합병(M&A) 대상을 찾지 못해 “타월을 던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머스 팔리하피티야. (사진=CNBC방송 캡쳐)


외신들은 이날 스팩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 중 한 명인 차머스 팔리하피티야가 총 16달러 상당의 투자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스팩 2곳을 청산한 뒤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되돌려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청산 대상 스팩은 각각 4억 6000만달러, 11억 5000만달러의 투자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2곳 모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계기 스팩 붐이 일었을 때 팔리하피티야가 설립했다. 페이스북 경영진 출신인 팔리하피티야는 당시 영국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이언 오스본과 연이어 스팩을 출범시키면서 스팩 킹으로 불렸다.

스팩은 비상장사와의 합병 및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투자자들에 주식을 발행해 시장에 상장한 뒤 적절한 합병 대상 기업을 물색하는 방식이다. 기업공개(IPO)시 수요예측 등과 같은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 일반적으로는 우회상장 후 주가가 오른 만큼의 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한 뒤 청산한다.

스팩은 설립 후 2년 내 우회상장하지 못할 경우 해체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팔리하피티야는 이 기간 동안 마땅한 인수 대상 기업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에서 “지난 2년 간 100여개 (합병 대상) 목표들을 검토했다. 여러 차례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지만, 결국엔 다들 다양한 사유로 계약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스팩을 청산한다는 것은 더이상 합병 대상을 찾으려는 노력마저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스팩 킹마저 항복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나쁘다는 의미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실제 투자자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스팩 투자를 꺼리는 모습이다. IPO마저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에 쏙 드는 합병 대상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 상장 이후 막대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팔리하피티야가 처음 합병에 성공한 스팩 버진갤럭틱은 우회상장 이후 한때 55달러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5달러까지 폭락했다. 부동산 업체 오픈도어, 헬스케어 업체 클로버헬스, 온라인 금융회사 소피(SoFi) 등 그가 우회상장을 성사시킨 또다른 업체들도 상당한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 팔리하피티야는 “공공 자본시장의 매우 위태로운 순간”이라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출시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MTG)과 합병을 추진중인 스팩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도 거래 실패 위기에 직면했다. 합병 마감 시한은 이날까지였지만, TMTG의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10억달러 규모의 우선주와 관련해 투자자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DWAC는 합병 마감 시한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거래 조건은 DWAC 주가가 56달러 이상일 때 주당 33.6달러로 전환할 수 있고, 56달러 미만이면 주가에 비례해 최저 10달러까지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97달러였던 DWAC 주가가 현재 2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 전환 가격을 10달러에서 2달러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CNBC는 “스팩은 2020년과 2021년의 붐 이후 올해는 대부분의 투자가 고갈됐다”면서 “패트릭 올랜도 DWAC 최고경영자(CEO)는 스팩 킹 팔리하피티야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스팩 한 곳을 청산했다. DWAC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