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투명PI 필름', 日 수출 규제가 오히려 기회?

by남궁민관 기자
2019.07.05 15:21:34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해 생산 중인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FCW.SK이노베이션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국내 필름소재 업계가 예상치 못한 시장 선점 기회를 얻게 됐다. 규제 대상 중 하나로 꼽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폴더블폰 등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주요 소재로 알려졌으며, 이번 규제로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일본 대신 국내 업체들의 제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일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OLED(올레드,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용 재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용 소재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앞으로 3개 품목에 대해서는 계약건별로 수출 허가를 받아야하며 상황에 따라 수출이 불허될 수도 있다.

규제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폴더블폰 등에 사용되는 플렉시블(Flexible, 휘는) 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알려져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용 인쇄회로기판(PCB), 반도체 패키징 등에도 활용된다.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그리고 스마트폰 업계까지 심각한 공급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필름소재 업계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필름소재 업계 관계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광범위하게 쓰이는 소재로, 현재 일본 정부가 어떤 산업과 관련된 수출을 규제한다는 정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일단 관련 업계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를 공개한 바 있으며, 해당 제품에는 일본 스미토모의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에 대한 압박을 전개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이같은 예상대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다면, 관련 필름소재 업계는 삼성전자는 물론 향후 폴더블폰 생산을 염두하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국내 투명 폴리이미드 제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는 4일 참고자료를 통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세부 내역 중 폴더블 스마트폰 커버유리 대체재인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양산 체재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른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업체인 SKC(011790),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관련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양산 체재를 구축 중인 상황.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 일본의 특수 필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향후 소재 국산화가 진행되면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고,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분야에서 기판까지 의미한다면 SKC코오롱PI가 수혜를 입을 수 있고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으로 한정한다면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SK이노베이션 등이 주목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