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게임 체인저, AR은 일상 콘텐츠 될 것”(일문일답)

by김현아 기자
2016.08.26 15:52:2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스콧 피셔 서던 캘리포니아 대 교수
우리 정부가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정하고 5대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로 한 가운데, 이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은 AR과 VR의 핵심 경쟁력은 우리 일상 생활에 유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VR은 게임을 바꾸는 체인저가 될 것이며, 영화를 보러가는 것 같은 종착점에 가까운 반면 AR은 일상에서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VR AR 인사이트’에 참석한 스콧 피셔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션 니콜스 블리파(Blippar) 일본지사장은 이 같이 밝혔다.

스콧피셔 교수는 1985년 미항공우주국(NASA)와 함께 우주인들이 우주선 밖에서 일어나는 고장 및 수리에 대한 인터페이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VR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션 니콜스 블리파 일본지사장
션 니콜스 지사장은 AR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블리파’의 일본 영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 한국에서는 포켓몬 고 출시 이후 AR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한국 기업과 개발 중인 AR 프로그램이 있나.

▲션 니콜스(이하 션) :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사항은 없지만, 한국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희 기업은 글로벌 기업 아디다스, 나이키 등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는 VR·AR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나.

▲스콧 피셔(이하 스) :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예로들 수 있다. 이외에 디자이너가 디자인 툴로서 AR을 활용하는 틸트브러쉬(tilt brush)를 개발 중이다. 틸트브러쉬(tilt brush)를 이용하면 높은 해상도, 터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블리파의 목표는 앱을 뛰어넘는 브라우저라고 했는데 서비스와 미래의 목표에 대해 설명해달라.

▲션: 앉아서 세상을 보는 ‘비주얼브라우저’는 디지털 레이어를 세상에 덧씌우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

오렌지를 예로 들자면, 오렌지를 컴퓨터가 인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김새가 모두 다른 오렌지를 컴퓨터에 인식시키기 위해 우리는 컴퓨터에게 오렌지가 무엇인지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오렌지를 식별할 수 있는 사람처럼 컴퓨터에도 동일한 딥러닝의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블리파는 8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8살을 넘어, 18살, 40살까지 블리파가 똑똑해지기를 바란다. 블리파는 텍스트 기반의 검색엔진이 아니라 이미지 스캔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포켓몬 고가 성공한 배경이 캐릭터 지적재산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국은 캐릭터가 부족한 상황인데, 한국 플레이어들과 정부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션: 포켓몬 고의 인기는 캐릭터 때문이다. 기존에 알고 있는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저는 그래프가 올라가면 언젠가는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저는 사람들이 매일 쓸 수 있는 유용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 아직 VR은 초기 단계다. AR은 앞으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에 쓰일 것이다. AR이 매일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면, VR은 영화를 보러가는 것처럼 종착점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VR과 AR은 결합될 것이다. 둘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 최종 종착지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mixed reality’라고 부른다.

-VR, AR과 관련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스: AR은 레이어가 있고 디지털 콘텐츠를 투과해서 보는 기술이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사람의 시야 전체에 현실감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Mixed Reality이다.

▲션: (Mixed Reality에 관해) 여지껏 AR은 레이어를 까는 것이었다면, 이제 그것을 직접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 이슈이며, 하드웨어가 기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10에서 지원하는 홀로그램은 VR과 AR을 동시에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홀로렌즈에는 4개의 카메라가 있어서 가상의 오브젝트를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VR 동향, 미래는.

▲스: 콘택트렌즈형 VR기기가 연구 되고 있다. 더욱 가볍고, 작고, 고해상도를 지닌 디스플레이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인간의 맨 눈, 눈동자에 직접 레이저를 쏘아서 볼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VR이 의료적으로 치유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VR이나 AR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선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션: 블리파는 훨씬 많은 부분 - 의학, 사업 같은 곳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그래서 ‘블리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이라는 새 디비전(division)을 만들었다. AR은 수술할 때 의학 관련 정보가 의사 옆에 뜬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도울 수 있다. 포켓몬 고를 하다가 사고가 일어난 것은 AR 기술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AR은 현실을 함께 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지 않는다.

▲스: VR은 인체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왔다. 어떤 기술이든 부작용이 있다. TV를 너무 오래 시청하거나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문제가 생기듯이 VR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리 심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NASA에서의 프로젝트에 관해, 첨단 기술의 개발을 얼마나 촉진시키는가.

▲스: 몰입감을 활용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 연구의 초점은 ‘텔레프레즌스’다. 80년대에는 연구비용이 매우 비싸서 잘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지금은 기술에 대한 가격수준이 떨어져, 여러 명이 하나의 가상현실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러 명이 동시에 가상현실에서 회의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AR을 개발해도 투자받기 어렵다. 해외의 기술 상용화에 대한 과정들을 듣고 싶다.

▲스: 미국 같은 경우에는 VR콘텐츠를 생산하는 VR스튜디오가 VC의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

▲션: 우리가 만드는 것은 새로운 ‘행동’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하다. 블리파는 A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든 AR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만들 수 있고, 만일 자바 코딩을 할 수 없다면, 누구든 간단한 버전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할수록 그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R, AR이 개발되면서 콘텐츠적인 입장에서, 기존 매체의 콘텐츠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지.

▲스: 오래 전 조지 루카스가 졸업한 우리 학교에서는, 스크립트를 먼저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스토리 안의 환경부터 만드는 것을 우선시한다. 가상 환경이 먼저 만들어진 다음에 캐릭터를 구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 다른 스토리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전에는 스토리 라인이 모바일 콘솔 게임에 적합했다면, 이제는 VR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중요하다. VR이 여지껏 있던 영화를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닌, VR만이 가진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거나 여러 명의 캐릭터가 되면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션: VR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AR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구상 중이다. 지금 현재 블리파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게임, 영화 콘텐츠, 유명인사 콘텐츠 등등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