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4만원' 英코로나 인체실험 결과 곧 발표…종식 실마리 찾나

by김보겸 기자
2021.09.06 15:28:54

英연구진, 18~30세 성인남녀 약 50명 실험
감염 유발하는 바이러스 콧구멍에 주입시켜
"종식 위해 필요" vs "중증으로 번지면 위험"

영국 시민들이 웨스트민스터 브리지를 건너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켜 전염 과정 등을 연구하는 인체 실험 결과를 조만간 발표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관련 실험을 맡고 있는 영국 연구진들은 올 가을 동료평가를 거쳐 실험 초기결과를 발표하길 희망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연구에는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진과 영국 옥스퍼드대, 정부 지정 백신 태스크포스(TF)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실험 참가자는 18세부터 30세까지 신체 건강한 성인 남녀 약 50명이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일으키는 데 최소량의 바이러스를 콧구멍으로 집어넣는 방식으로 일부러 감염됐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유포된 바이러스가 실험에 사용됐다. 이들은 실험 기간 동안 영국의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하루 약 88파운드(약 14만원)의 보상을 받는다. 실험 이후 1년 동안 후속 모니터링 및 병행 연구를 받는 한 참가자는 6000파운드(약 962만원)를 받게 된다.

인체감염 실험으로 연구자들은 코로나19가 증상을 나타내기 전 감염자 심폐기능이나 집중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길 기대하고 있다. 또 면역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도 명백히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실험으로 코로나19 감염 초기에 인체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확인하면 백신 치료제 개발과 현재 팬데믹의 종식, 그리고 향후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태국 촌부리 교도소 재소자들이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대기 중이다(사진=AFP)
다만 이번 실험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참가자가 실험 도중 생명이 위독해질 경우 이를 확실하게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연구진들은 인체감염 실험을 통해 얻는 잠재적 이득이 과연 위험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작년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 연구진이 인체감염 실험을 계획했지만,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당국이 중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에제키엘 에마뉘엘 펜실베이니아대 공중보건 및 의료윤리학부 교수는 “다수의 백신이 효과가 입증되기 전인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때는 실험이 타당했을 지 모르지만, 올해는 윤리적인 이유로 반대한다”며 “이 실험의 궁극적인 명분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학자들은 수십년간 독감이나 콜레라 등 다른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역사가 길다는 입장이다. 영국 보건부도 “이번 실험은 매우 안전하고 통제력이 높은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감염 뒤 장기에 나타나는 후유증인 ‘롱코비드’ 우려가 남지만, 18세에서 30세 사이의 젊은 실험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증상이 수개월만에 사라지는 증거들이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영국 백신 태스크포스 자문위원이었던 가스 라페포트 박사는 “인체실험이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다는 점이 통계로 입증되고 있으며 (현재의) 팬데믹에는 특별수단이 필요하다”며 인체감염 실험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