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변성 환자 도울까···인공 시각 성능 높일 가능성 발견

by강민구 기자
2020.07.16 12:00:00

망막 변성 진행에 따른 신경 신호 변화 확인
인공 망막 장치 이식 대상자 선정 가이드라인 기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공 망막 장치의 성능을 향상시킬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임매순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박사팀이 Shelley Fried 하버드 의대 교수팀과 망막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른 인공 시각 신경 신호 변화 패턴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망막 색소 변성이나 노인성 황반 변성 등 망막 변성 질환은 빛을 전기화학적 신경 신호로 변환해주는 광수용체 세포들을 파괴해 시력을 잃게 하는 질병이다. 이 질병들은 치료 약물이 존재하지 않고, 신경조직이 복잡한 망막은 이식이나 교체도 불가능하다.

다행히 광수용체 세포 뒷단에서 뇌로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절 세포들이 살아남기 때문에 안구 내에 마이크로 전극을 이식해 전기로 자극하면 인공 시각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로 동작하는 인공 망막 장치는 망막 변성 질환으로 실명한 환자들의 유일한 시력 회복 방법이다. 하지만 이식받은 환자마다 성능 차이를 보이는 원인을 알지 못해 일반적으로 적용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망막 색소 변성과 비슷한 양상으로 실명한 유전자 조작 실험용 쥐에서 인공 망막 사용자 간 성능 차이를 설명할 실험결과를 얻었다. 그동안 정상 망막이나 심하게 질병이 진행된 망막에서 연구가 이뤄졌던 것과 달리 연구팀은 질병 진행 과정에서 인공 시각 신경 신호 변화를 확인하도록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망막 변성이 진행되면서 전기 자극에 대한 신경 신호의 크기와 일관성이 감소했다.



인공 망막 장치는 전기자극을 반복해 인공 시각 이미지를 주기적으로 갱신한다. 따라서 일관된 신경 신호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사용자가 알파벳 ‘K’를 계속 응시하는 동안에는 반복되는 전기 자극들이 모두 ‘K’를 의미하는 신경 신호를 형성해야 해당 글자를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변성 망막에서 일관성이 낮아지면, ‘K’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각각의 전기 자극이 ‘L’, ‘R’, ‘S’ 등 서로 다른 알파벳을 나타내는 신경 신호를 뇌로 전달해 무엇을 보고 있는지 해석하기 어렵게 된다

연구팀이 각 신경 세포에 동일 전기 자극 반복시 발생하는 신경 신호가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평가한 결과, 정상 망막에서는 신경 신호가 비슷해 높은 일관성을 보였지만, 망막 변성이 진행되면서 일관성은 감소했다.

임매순 박사는 “망막 변성 질환들은 환자에 따라 질병의 경과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공 망막 장치를 이식받을 대상의 망막 상태도 다를 수 있다”며 “좋은 품질의 인공 시각을 위해 망막 변성 진행 정도를 면밀히 검토해 인공 망막 장치 이식 대상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IEEE Transactions on Neural Systems and Rehabilitation Engineer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인공 망막 장치 이식 및 인공 시각 신경 신호에 의한 뇌 시각 피질의 활성화 개념도(위), 정상 망막은 반복적인 전기 자극에 대해 비슷한 신경 신호를 뇌로 전달하여 시각 정보를 사용자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음(중간), 변성 망막에서는 동일 전기 자극에도 서로 다른 신경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시각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함(아래).<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