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조사위 "판사들 동향 분석…원세훈 재판 판사 파악 문건 발견"(종합)

by한정선 기자
2018.01.22 12:59:56

항소심 판결 전 재판부 의중 파악·판결 후 사법부 입장 외부기관에 전달
추가 조사위 "대응 방안 성공 여부 떠나 그 자체로 부적절한 사법행정권"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 등을 분석해 문서로 만든 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이 의혹을 조사해온 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22일 법관의 동향이나 성향 등을 파악한 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인사상의 불이익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법관이 사법정책을 비판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법행정 담당자가 법관들의 이념적 성향, 행적 등을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면 법관의 독립에 부정적 영향 미칠 개연성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위는 2015년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문서를 발견했다.

이 문서에는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에 걸쳐 특정 외부기관(BH), 여야 각 당, 언론, 법원 내부의 동향과 반응을 파악해 정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조사위가 발견한 문건에는 항소심 판결 선고 이전에는 외부기관(BH)의 문의에 대해 우회적·간접적으로 항소심 담당 재판부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타났다. 항소심 판결 선고 이후에는 외부기관의 희망에 대해 사법부의 입장을 외부기관에 상세히 설명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즉 항소심 판결 선고 전에는 담당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해 알려주려 했다는 정황, 판결 선고 후에는 사법부의 입장을 외부기관에 상세히 설명했다는 내용이 문건에 담긴 것이다.



추가 조사위는 “이는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경선 대응 방안’이라는 문건에서는 A판사가 의장으로 당선됐을 경우의 문제점과 그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단독판사 중 최선임자인 B판사를 적극 지원하고 B판사에 대한 지지발언을 할 판사 섭외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특정 법원의 판사회의 의장 경선과 관련해 출마 예정자의 신상 정보를 확인하는 선을 넘어 다른 판사의 의장 경선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대응 방안의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부적절한 사법행정권의 행사”라고 꼬집었다.

위원회는 “인사나 감찰 부서에 속하지 않는 사법행정 담당자들이 법관의 동향 등을 파악해 작성한 문서 가운데 절차와 수단에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대응 방안 등이 실제로 실행됐는지 여부’,‘누가 어떤 방법으로 그 실행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은 추가 조사위원회의 조사대상 및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문건들과 관련된 인적조사는 해당 문건 작성자, 문건들의 작성 경위와 보고 관계 등을 확인하는 선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