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벤처붐 챌린지’를 보는 불안한 시선

by김호준 기자
2021.05.06 15:01:15

중기부, 지난달부터 ‘제2벤처붐 챌린지’
규제 등으로 다수 초기 기업은 여전히 ‘가시밭’
마켓컬리·두나무 등 혁신 기업은 美로 떠날 채비
20년 만에 찾아온 '혁신 성장' 기회 놓치지 말아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양 엄지를 치켜들고 두 주먹을 맞댄 모습을 인증하는 ‘제2벤처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권칠승 장관 SNS 갈무리)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부터 ‘제2벤처붐 챌린지’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벤처투자액 등 연일 신기록을 세운 창업 지표에 힘입어 민·관이 ‘벤처 열풍’을 확산하자는 취지다. 챌린지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등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을 포함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실제로 제2벤처붐은 숫자가 증명한다. 창업 척도인 신설 법인 수는 제1벤처붐이 불었던 2000년 당시 6만1456개에서 지난해 12만3305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펀드결성 실적도 같은 기간 1조4779억원에서 6조5676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청년뿐만 아니라 60세 이상 노년층의 기술기반 창업도 대폭 늘며 창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벤처붐이 ‘두 엄지척’을 맞댄다고만 해서 이어질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영업활동과 자금조달이 막혀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제때 내놓지 못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규제로 사업이 어려운 디지털 헬스케어 등 분야 창업가들은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능한 정보기술(IT) 인력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기업으로 몰리면서 창업초기 기업들의 구인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또한 마켓컬리, 두나무 등 유니콘(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등극을 앞둔 혁신 기업들은 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크고 창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무대로 진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는 그만큼 국내 창업 생태계가 이런 큰 기업들을 품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실제로 창업주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도울 ‘복수의결권’ 제도는 ‘재벌 세습 악용’이라는 옛 틀에 가로막혀 있다.

아직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제2벤처붐은 한 때 유행이 아니라 20년 만에 어렵게 찾아온 ‘혁신 성장’ 기회다.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린 듯한 불안감을 해소할 혁신적인 인력난 해소, 투자 활성화 대책을 정부가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