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어거스트 "'빅 피쉬' 수선화 프러포즈는 내 아이디어"

by장병호 기자
2019.12.23 13:19:21

팀 버튼 영화, '알라딘' 각본 쓴 작가
뮤지컬 '빅 피쉬' 보러 가족 함께 내한
"작가로서 공연의 변화·성장은 큰 보람"
25일 관람 예정…"한국적 상상력 기대"

영화·뮤지컬 ‘빅 피쉬’의 존 어거스트 작가가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CJ ENM).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영화 ‘빅 피쉬’ 속 수선화 장면은 원작 소설에는 없는 나만의 상상력이었습니다.”

2003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에는 1만 송이 수선화로 가득한 꽃밭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한 프러포즈 장면이 등장한다.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노란 수선화를 배경으로 선보인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다.

이 장면을 탄생시킨 작가 존 어거스트(49)가 한국을 찾았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어거스트 작가는 “여자 주인공 산드라가 노란색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떠올린 것이 수선화였다”며 “이제는 영화의 지배적인 이미지가 된 수선화 장면이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는 것이 작가로서 큰 재미다”라고 말했다.

어거스트는 영화 ‘빅 피쉬’와 함께 뮤지컬 극본까지 쓴 작가다. ‘빅 피쉬’ 외에도 ‘찰리와 초콜릿공장’ ‘프랑켄위니’ 등의 작가로 팀 버튼 감독과 여러 차례 협업을 했다. 올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디즈니 영화 ‘알라딘’의 시나리오도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이번 한국 방문은 지난 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한국어 버전의 뮤지컬 ‘빅 피쉬’ 관람을 위해 성사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소설은 책을 탈고하면 끝이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작가로서는 그런 변화와 성장을 보는 것이 보람 있다”고 설명했다.



‘빅 피쉬’는 다니엘 월러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국내선 팀 버튼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허풍쟁이처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아버지 에드워드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는 아들 윌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이다. 어거스트 작가가 20년 전 원작 소설의 영화화 판권을 확보해 시나리오를 썼다. 팀 버튼 감독과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나 협업을 이어가는 절친한 동료 관계가 됐다.

어거스트 작가는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나와 아버지도 에드워드와 윌처럼 ‘잘 아는 낯선 사람들’ 같은 관계여서 그 점에 착안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며 “이제는 나도 딸을 둔 아버지이기에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어거스트 작가가 꼽은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은 캐릭터의 내면 표현이다. 그는 “영화는 시각적으로 세련되면서도 복잡한 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캐릭터의 내면을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다”며 “뮤지컬에서는 에드워드와 윌 사이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노래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빅 피쉬’는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2017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랐다. 한국 초연은 연출가 스캇 슈왈츠의 지휘 아래 기존 프로덕션의 장점을 취하면서 한국 창작진의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어거스트 작가는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인 25일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다. 그는 “수선화 장면과 함께 거인 칼의 등장과 서커스 장면 등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어거스트 작가는 “상상력의 원천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세상의 공존”이라고 말했다. 그의 상상력에 영향을 끼친 이들 중 하나는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원작자인 동화작가 로알드 달이다.

어거스트 작가는 “열 살 때 ‘찰리와 초콜릿공장’을 감명 깊게 읽고 로알드 달에게 손 편지를 써서 보내 답장을 받은 적이 있다”며 “그로부터 20년 뒤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시나리오를 쓴 건 작가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