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 매체, 박원순 시장 사망 조명 "내년 보궐 선거 판도 미묘"

by신정은 기자
2020.07.13 12:09:28

"韓 유교사상 영향으로 여성 사회적 지위 낮아"
"미투운동 후 유명인사 명예 실추…도덕적 심판 엄격"
서울·부산 권한 대행 체제…비극 끊이지 않는 정치권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인이 엄수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위패와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소식과 관련해 중국 언론이 한국의 사회와 정치 구도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중국 관영 중국신문사는 “한국 정치사건을 보면 최근 ‘성추문’ 스캔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며 “유교 사상 등 영향을 크게 받아 한국 사회와 직장 내에서는 계급이 엄격하고, 남존여비 사상이 짙은 편”이라고 12일 지적했다.

이 매체는 “현대 사회에서 ‘남녀평등’을 외치지만 실제 생활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낮은 편이고, 직장이 ‘성희롱’ 공간이 되고 있다”며 “한국에서 ‘미투운동’이 시작된 후 많은 유명인사와 고위 관료, 종교계 지도자 등이 염문설로 명예가 실추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죽음과 성희롱 기소가 연관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여론은 그의 자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박 시장은 한국의 여성 인권 보장을 선도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독특한 사회 환경 때문에 대중들이 성희롱 사건에 대해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며 “특히 성공한 정치인에 대한 도덕적 심판은 더욱 엄격하다”고 말했다.

중국신문사는 또한 단기적으로 보면 한국 정치 판도에 전반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성추문 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매체는 “한국 사회는 ‘죽음으로 결백을 증명한다’는 것이 하나의 선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며 “그들은 민주화 운동 속에 성장해 이상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스스로 노력으로 성공을 이뤄 책임감이 강하다. 한국 정계의 희생양이면서도 ‘죽을 지 언정 수치 치욕스러울 순 없다’는 개인의 비극적인 감정에 가득차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국 관영매체인 경제일보는 “한국 사회에서는 추모와 비판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며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상에 있고,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건 기본적으로 대부분 추모”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박 시장이 시정활동을 열심히했고, 청렴했으며 친(親)서민적인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다만 박 시장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긴 했지만 “친서민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며 “한국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는 명확한 포인트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내년 재보궐 선거를 치룬다는 점을 언급하고 “서울과 부산,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도시 두곳이 현재 모두 시장 권한 대행 체제로 가고 있어 선거 판도도 미묘해지고 있다”며 “부산시와 서울시가 한국 정치권을 뒤흔들면서 여야 간 공방과 후보간 경쟁이 더욱 가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많은 중국 언론들은 박 시장인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11일 박 시장의 빈소를 찾아 “시장님은 떠났지만 업적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중한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