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소변기까지...민간임대 '위스테이 별내' 가보니

by김용운 기자
2020.06.25 12:10:00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별내 입주
협동조합 형태로 사업비 출자 '세입자이자 주인'
커뮤니티시설 확대, 설계 과정서 입주자 의견 적극 반영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조합원 중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분이 계셨다. 단지 내 휠체어 이동 시 불편이 없게 해달라는 요청에 설계를 많이 고쳤다. 덕분에 유모차도 이동하기 편한 단지가 됐다.”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WE STAY) 별내’가 오는 29일부터 491가구의 입주를 앞두고 경기도 남양주시 덕송3로 위스테이별내에서 그간의 사업진행 상황과 단지 내부를 24일 공개했다.

위스테이별내 단지 전경(사진=김용운 기자)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란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했던 민간임대주택 사업인 ‘뉴스테이’를 협동조합과 결합시킨 공동주택 공급 모델이다. 입주자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통해 출자를 하고 주택기금 등을 받아 공동주택을 지은 뒤 8년간 임대로 입주하는 방식이다. 일반 민간임대와 달리 임차인은 세입자인 동시에 일정 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협동조합이 공동주택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아파트단지 관리와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

국토교통부는 위스테이별내를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시범사업으로 지정했다. 특히 ‘아파트형 마을공동체’의 가능성을 위스테이별내에서 타진해보는 것이 초점을 맞췄다.

위스테이별내의 사업주관사이자 사회혁신기업 더함은 2018년 상반기 예비 조합원을 모집한 이후 8월에 일반공급 235가구의 청약을 받았다. 청약 결과 최고 경쟁률은 55대1, 평균 경쟁률은 6.4대 1을 기록해 1순위에서 마감했다. 청약에 당첨된 이들은 조합에 출자를 했고 건설 과정에 참여했다.

덕분에 조합원들이 직접 아파트 공용 공간의 컨셉트부터 인테리어, 프로그램까지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공모하고 시공사인 계룡건설은 이를 적극 반영했다. 이웃과의 소통 공간이자 공용 부엌이 마련된 ’동네카페‘, 입주민들이 직접 선정한 책으로 채워진 ’동네책방‘, 개인방송 시설 및 전문적인 연주가 가능한 ’동네창작소‘ 등 기존 동일한 가구의 아파트 대비 2.5배에 이르는 연면적 2975㎡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섰다. 더함에 따르면 커뮤니티 시설을 구비하는 데 총사업비 2000억 중 30억원을 투자했다.



위스테이별내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
특히 조합원들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많았던 만큼 ‘육아 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었다. 단지 내 공용화장실에는 유아용 소변기와 세면대 등을 갖췄으며 잔디광장과 놀이터를 중심으로 커뮤니티시설을 동심원 구조로 배치해 부모들이 커뮤니티시설의 창 밖으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가구 평형은 전용면적 60㎡, 74㎡, 84㎡ 3가지 타입이다. 월임대료는 보증 설정에 따라 다르다. 조합출자금을 포함한 전용별 보증금과 월임대료는 △60㎡ 1억2000만원에 월 32만원 △84㎡ 1억5000만원에 45만원선이다. 여기에 보증금을 1억원 가량 올리면 월임대료는 10만원까지 낮아진다. 임대기간은 2년이며, 매 2년마다 임대차 계약 갱신 시 2년에 5% 범위내에서 임대료가 변경된다. 이사를 가면 출자금과 보증금을 환불받는다.

조합 출범에서 입주까지 약 3년 동안 위스테이별내는 그간 공동주택 공급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입주 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사업을 진행했고 8년간 커뮤니티운영에 대한 복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8년 후 분양전환 과정은 위스테이별내의 남겨진 과제다. 8년 동안 위스테이별내 주변의 아파트 시세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분양가 역시 주변 시세보다 낮게 적용한다 해도 조합원들이 분양받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 될 수 있다. 공공임대 분양전환 과정에서 불거지는 잡음들이 위스테이별내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양동수 더함 대표는 “현재 위스테이별내는 협동조합과 주택기금 등으로 펀딩 된 리츠 소유로 되어 있다”며 “분양전환 과정에서 협동조합이 통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분양과정에서의 여러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위스테이별내는 아파트 설계부터 공용 시설 운영방안에까지 입주민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만큼 주거가치가 ‘사는 것(Buying)에서 사는 것(Living)’으로 변화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시세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이유는 더함이 사업주관사로서 사업 전체를 주도하며 건설사는 단순 도급형태로만 참여해 개발비용과 시행사 마진을 줄이고 해당 절감분을 임대료를 낮추는데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위스테이별내 커뮤니티시설 내 화장실에 설치한 유아용 소변기 및 세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