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상화폐 사기' 코인업 대표 檢 송치…"임원 등 추가 조사 중"

by최정훈 기자
2019.03.19 11:29:22

코인업 대표 강모씨 사기 등 혐의로 檢 송치
투자자 "가상화폐 뭔지도 모르고 투자했다 낭패"
전문가 "정부, 가상화폐 투자 사기 안내해야"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오전 11시 1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코인업센터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최정훈 권효중 기자] 수천억원 규모의 가상화폐 투자 사기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 발행회사 ‘코인업’ 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고 피해 금액이 큰 만큼 업체 직원들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사기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8일 사기·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코인업 대표 강모(53)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부터 비상장 가상화폐를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해 단기간에 400~50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수천명의 투자자를 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해 코인업을 개업하고 비상장코인인 월드뱅크코인(WEC)를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하겠다며 투자를 받아왔다. 코인업은 당시 ‘1000만원을 투자하면 두 달 뒤 5000만원으로 돌려준다’는 등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특히 업체 대표인 강씨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합성 사진을 이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당 업체에 대한 제보를 받고 내사를 착수하던 경찰은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인업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투자자 명부, 투자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경찰이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고 피해금액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9일 오후 9시 30분쯤 강씨를 체포한 뒤 11일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2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강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에 대해선 추가된 혐의는 없이 우선 송치했다”며 “강씨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자금을 모은 업체의 상위급 직급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업과 같은 가상화폐 투자 빙자 사기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2018년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신고건수는 604건으로 전체 유사수신 신고건수(889건)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 열풍이 시작된 2017년 대비 24.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사기범죄자들은 가상화폐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 투자자들을 주로 노리고 있다. 코인업 투자피해자 이모(57·여)씨는 “지인의 아들이 1000만원을 주면 10주 뒤에 2000만원으로 돌려준다고 해서 믿고 투자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며 “피해자 중에는 수천만원을 투자한 사람들도 있는데 대표는 잡혔지만 개인적으로 지인에게 투자금을 전달한 경우가 많아 사기 자금을 돌려받기 막막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인업 피해자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다”며 “가상화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수천만원의 은퇴자금을 투자한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사기는 은퇴자금으로 재테크를 해 노년을 대비하려는 심리를 이용한 악질 범죄”라며 “정부는 신개념 금융 투자 상품을 빙자한 사기에 대해 안내해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하고 투자자들도 투자를 하기 전에 주변 가족이나 전문가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천억원대 가상화폐 투자사기 의혹을 받는 ‘코인업’ 대표 강모씨가 12일 오후 영장실짐심사를 받으러 가기 위해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