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보일러 시장 지켜라”…'부당지원' 경동원·경동나비엔, 30억대 과징금

by조용석 기자
2022.05.18 12:00:00

공정위,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적용해 제재
사실상 총수 지배회사인 경동원이 손실보며 공급
공정위 “보일러 시장 공정거래 저해해 위법 행위”
경동 “보일러 안전성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반박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기름보일러 시장 수성을 위해 핵심 부품인 외장형 순환펌프를 원가 이하에 거래해온 경동그룹 내 회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총수 지분이 많은 계열사 이익 증대를 위해 일감을 몰아주거나 시장가격보다 높게 지불한 다른 부당지원 사건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다.



18일 공정위는 기업집단 경동 소속 경동원이 다른 계열회사인 경동나비엔(009450)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로 판매하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총 36억 8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지원 주체인 경동원에는 24억 3500만원, 지원을 받은 경동나비엔에는 12억 45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매겼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는 경동원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년간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경동나비엔에 손실을 보며 판매했다. 경동원은 경동나비엔에 시장가격보다 30% 정도 낮은 가격으로 외장형 순환펌프를 공급해 생산할수록 손해를 봤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해당 거래에 대한 진두지휘는 기업집단 경동의 공통부서인 경동나비엔 기획팀에서 결정했다.

경동 기업집단 내 지주사 역할을 하는 경동원은 손연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94.43%로 완전히 지배하는 회사다. 반면 집단 내 유일한 상장사인 경동나비엔은 경동원 및 손 회장의 지분을 더해 54.5%다. 동일인(총수)이 완전히 지배하는 회사가 오히려 손실을 떠안고 부당지원을 한 독특한 구조다.



공정위는 경동이 경쟁이 치열한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지위를 유지·강화할 목적으로 이 같은 부당지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동원의 저가 납품이 없었다면 경동나비엔은 상당한 영업손실이 발생했거나 혹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철수했을 것으로 봤다. 총수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경쟁을 방해했다는 취지다.

공정위 측은 “부당지원행위의 위법성 요건은 기본적으로 지원행위가 성립되고 그 다음에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공정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잇으면 부당지원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또 경동나비엔이 정상가격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구매한 뒤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도 검토했으나 실제 이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만약 경동나비엔이 정상가격에 구매 후 팔았다면 부당지원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보일러 및 펌프시장에서 계열회사 간 지원을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 행위를 제재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국민생활 밀접업종에 경쟁 저해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를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동 측은 경동원이 손해를 보면서 납품한 이유를 보일러 품질 및 안정성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경동 측은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이에 적합한 순환펌프를 사용하지 않으면 고객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경동나비엔은 2000년대 초중반에 외주로 생산한 부품이 문제가 되어 고객이 불편을 겪고, 이로 인해 사업에 큰 위기를 겪었던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복 행정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아본 뒤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