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

by류성 기자
2022.07.12 13:53:08

최필규 한성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집필
30여년 고미술 수집가가 내놓은 고미술품 이야기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에 대한 특별한 설명서

[이데일리 류성 기자] “삼층찬탁엔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며 놓여 있는 물건들은 ‘옛것’이되 ‘오늘’을 빛낸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고미술 거리와 박물관 등으로 30여 년 발품을 팔면서 고미술품을 모아온 최필규 한성대 특임교수가 마침내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나남 출판)’라는 수집가의 책을 펴냈다.

저자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고미술을 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머문 것은 우리 옛 물건이었다고 이 책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는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오래 볼수록 더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자가 고미술의 세계에 처음 눈뜬 것은 기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해외 출장과 연수를 다닐 때였다. 한국경제신문 홍콩과 베이징 특파원 시절에는 중국 골동품을 수집하며 만난 현지인의 호감을 얻어 중국 관리 등 취재원을 소개받기도 했다.

저자는 고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진품과 가품을 가릴 줄 몰라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때 박물관과 인사동, 답십리 고미술 상점에서 만난 상인들과 전문가들은 좋은 스승이 되어 주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과 자신만의 수집 철학을 갖추기까지 직접 겪은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주며 저자는 고미술 세계에 입문하는 길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우리 고미술 수집가로서 저자의 감상법도 독특하다. 주인에게 몇 번씩 찾아가 떼를 써서 구입한 청자(청자상감 물가풍경 유병)를 가슴에 품고 몇 달 동안 만지고 또 만지고, 보고 또 보기도 한다. 저자는 수집한 소장품을 일상생활에서 옆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실용주의적인 수집가로서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골동품은 그에게 특별한 날에만 박물관까지 찾아가 감상하는 유물이 아니라 연인처럼 매일 보고 싶은, 말 그대로 애장품이다.

예컨대 조선백자 술병과 술잔을 챙겨가 좋은 친구와 약주를 나누고, 외국인 손님에게는 고려 다완에 차를 대접한다. 원래 부엌가구인 소나무 삼층찬탁은 거실 한편에 두고 책을 올려 두는데 기둥과 널판이 만나 이루어진 공간들의 절묘한 비례를 매일 보기 위해서다.

고미술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그의 해설은 미술관 도슨트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왜 자신이 소장품을 사랑하는지, 왜 시간 날 때마다 박물관을 찾아가 국보급 작품을 보고 또 보아야 했는지 미학적으로 해설하면서도 고백을 하는 듯하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에 미치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30년 동안 숙성시킨 고미술 사랑을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들려주는 저자의 고미술 해설은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