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기업 고삐 죄는 국민연금, 하이브 등 15곳 보유목적 상향

by김대연 기자
2022.07.01 16:20:38

지난 6월 ''단순투자''서 ''일반투자'' 상향 조정 15건
올들어 최다…마이너스 수익률에 수탁활동 강화하나
앞서 대표소송 관련해 법무법인에 자문 맡기기도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6월 한 달 동안 15개 기업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기관투자가의 주식 보유 목적은 수탁자책임활동 정도 등에 따라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계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국민연금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국민연금)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 6월 주식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곳은 총 15개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코웨이(021240) △포스코케미칼(003670) △대한항공(003490) △경동나비엔(009450) △세방전지(004490) △SK스퀘어(402340) △하이브(352820) △이녹스첨단소재(272290) △크래프톤(259960) △하나머티리얼즈(166090) △덴티움(145720) △지씨셀(144510) △파크시스템스(140860) △에스엠(041510) △LG이노텍(011070) 등이다. 이중 코스피 상장사는 10곳이고 코스닥 상장사는 5곳이다.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하향 조정한 곳은 에스에프에이(056190) 단 한곳이다.

앞서 지난 5월 국민연금은 투자목적을 하향조정하기만 했다. 한국조선해양(009540), S-Oil, 포스코케미칼(003670)에 대해 기존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하향조정했을 뿐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조정한 건은 없었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한 기업은 1월 4곳, 2월 1곳, 4월 5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월에는 이례적으로 대거 상향조정한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수탁자책임활동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부터 가장 높은 단계의 주주권 행사인 대표소송 개시 결정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외부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수탁위에 대표소송 개시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성과 독립성 논란이 커지자 법무법인 여러 곳에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상태다.

국민연금은 국내 보유주식의 보유목적을 필요에 따라 변경하는 경우 수시로 공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것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 이상으로 경영 활동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일반투자는 기본적인 자료 제출 요구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 등 비교적 높은 단계의 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지난달 일반투자 대상으로 상향 조정한 기업 중 하이브와 크래프톤은 각각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휴식기 선언, 후속 게임 실적 우려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이상의 행위를 하게 되면 ‘일반투자’ 이상으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다”며 “논란이 있던 기업들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