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김정은 딸 김주애 주목…이례적 노출 의도는?

by장영은 기자
2023.02.09 11:26:20

김정은 둘째딸로 알려진 김주애 연달아 공식석상에
WP "김정은, 딸이 후계자라는 분명한 신호 보내"
WSJ "北 지도자 중 여성 없고 어린시절 공개 안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로 알려진 김주애를 연달아 공식석상에 동행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외신들도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후계자를 소개하는 것이란 해석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좋은 아버지’ 이미지를 씌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 등이 나왔다.

(사진=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김주애가 군 고위층이 가득 찬 연회장에서 중앙 무대에 선 사진이 공개된 이후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자신의 딸을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시간으로 8일 김 위원장 부부가 전날(7일)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을 기념해 김주애와 함께 군 장성 숙소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 중에서는 군 고위 장성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김주애가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보다 주목받는 가운데 자리에 위치한 모습도 있었다.

WP는 “10∼11세 정도로 추정되는 김주애가 통상 리더를 위한 자리인 사진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최고위 장성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뒤에 서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이 소녀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하지 않고, 단지 김정은의 ‘존경받는’ 딸이라고만 표현했다”며 “이 형용사가 사용된 것은 이전의 ‘사랑하는’에서 분명히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WP에 “언론을 통해 딸을 공개한 것은 김주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에 해당한다”며 “김주애가 후계자로 선택됐는지에 대해 더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 당국이 김주애를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후계자로서 알리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소개했다. 북한의 3대째 권력을 세습하는 동안 여성 최고 지도자는 한 번도 없었으며, 정권 미화 등을 위해 지도자의 어린 시절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WSJ은 “남성들이 지배하던 (북한) 왕조에서 여성이 권력을 잡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사망할 때까지 통치했으며,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지명할 계획이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WSJ에 “김씨 정권의 역사를 볼 때 아들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장남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세간의 이목을 돌리려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주애의 지속적인 등장은 북한 군부에 대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김정은을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로 묘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1일에도 김 위원장이 김주애와 함께 탄도미사일 무기고를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부녀는 전술 핵무기로 쓸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현장과 발사 축하식에도 김주애를 대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