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인근 거주 탈북민, 80명 중 17명 염색체 이상

by윤정훈 기자
2024.02.29 13:45:27

통일부, 한국원자력의학원 실시 피폭 결과 발표
80명 중 17명 염색체 이상 검사 이상
CT촬영, 흡연, 고령 등 생활 변수 가능성 있어
해당 지역 음용수 확보할 수 없어 조사 한계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정부가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 검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3층의 상설전시 ‘북한의 군사도발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북한의 핵실험 관련 설명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29일 통일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학원)에 의뢰해 실시한 ‘방사선 피폭·방사능 오염 검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함경북도 길주군 등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에서 거주한 이력이 있는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를 지난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됐다. 그 결과 80명 중 17명이 최소검출한계(0.25그레이) 이상의 선량값을 기록했다.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17명 중 2명은 2016년 이전 같은 검사를 받았을 때 최소검출한계 미만의 결과를 보인 이후 재입북한 이력이 없다. 탈북 후 한국에서 의료 방사선 등 다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5명은 선량값이 0.25그레이를 넘긴 했지만 95% 신뢰수준의 노출선량 범위에 0.000Gy가 포함돼 있어 유의미한 피폭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원자력의학원은 밝혔다.



이에 실제 영향을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람은 10명이다. 하지만 이들 또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흡연·고령 등으로 인해 염색체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원자력의학원은 이번 조사에서 유의미한 방사능 오염이 확인된 탈북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검사에서 반감기가 5만7000일이나 되는 스트론튬-90이나 6만4000일에 이르는 플루토늄-239도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인과관계 평가의 애로사항은 해당 지역의 음용수 등 환경 시료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자력의학원은 “환경 시료를 확보할 수 없는 제약을 고려할 때 핵실험이 인근 주민에 미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피검자를 확보하고, 입국 후 이른 시간에 검사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최소검출한계를 넘은 17명에 대해 장기적인 건강검진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