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이석준 미래부 차관 임명에 '부글부글' (종합)

by이승현 기자
2014.07.25 16:08:04

과기계, 과기인사 없는 미래부 수뇌부에 "굉장히 우려된다"
출연연 방만경영 '메스' 대나...미래부 내부 기대·우려 동시 존재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가 과학정책 소관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최고위직에 정작 과학기술계 인사가 한 명도 없게 되면서 과기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최양희 미래부 신임 장관에 이어 25일 과학정책 담당인 1차관 자리에도 경제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반면 ICT 정책 담당인 윤종록 2차관은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 측은 이 신임 차관에 대해 “정책 아이디어와 기획력, 대외 정책조정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굉장이 우려스럽다”며 “과연 미래부가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게 맞느냐”고 성토했다. 독립적인 과기부처가 없었던 이명박 정부 때의 교육과학기술부 시절에도 1차관은 교육, 2차관은 과학기술 인사로 채워졌는데, 과기부처를 자임하는 미래부 최고위직에 과기 인사가 한 명도 없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미래부 1차관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 등을 주재하며 창조경제와 정부 연구개발(R&D), 출연연구기관 운영 등의 실무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다.

그런데 이 신임 1차관의 경우 정통 경제관료로서 과기정책을 직접 담당하거나 과기계 인사들과 교류한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실무를 원할히 처리할 수 있을 지 과기계는 의문을 제기한다.

과기계는 또한 이 신임 차관이 최근 교육 과정개편에서의 과학수업 축소 등 과기계의 주요 현안을 정부정책에 제대로 담을 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상목 전 미래부 1차관의 경우 사무관시절부터 과기부서(과학기술처)에서 평생을 일해온데다 국내 최대 과기단체인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사무총장도 역임했기 때문에 과기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창조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증에 걸린 것 같다”며 이른바 ‘출연연 옥죄기’가 더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출연연의 방만경영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댈 거란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 차관 출신의 힘있는 관료가 왔기 때문에 출연연 예산 등 정부 R&D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대학교의 한 공학교수는 이에 대해 “미래부가 정부 R&D 예산 조정기능을 갖게 되면서 예산실장 출신 인사가 아예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같다”며 “R&D 예산은 이미 큰 폭으로 꺽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 내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를 위해선 부처간 협력과 예산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점에서 이석준 차관은 제격”이라고 말했다. 미래부가 창조경제 주무부처이면서도 정작 부처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했는데 이번 인사로 확실하게 힘이 실리기를 기대하는 반응이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미래부 수뇌부에 과학기술 기반의 인사가 없게 됐는데 외부에서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미래부 장관에 이어 차관인사도 확정된 만큼 조만간 실국장 인사도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