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계, 올해 증시 폭락에 자산 1경 3000조원 증발

by방성훈 기자
2022.09.28 12:04:21

美가계 주식자산 올해초 42조달러→2분기 말 33조달러
3분기 증시 추가하락…실제 9.5조~10조달러 손실 추산
주택가격 상승 이익 상쇄…"美소비자 지갑 닫을 수 있어"
"내년 소비지출 77조원 줄고 실질GDP 0.2%p 떨어질수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미국 가계의 자산이 9조달러(약 1경 2952조원) 이상 증발했다. 이에 미 경제 버팀목인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AFP)


CNBC는 27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인용, 미국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펀드 자산이 올해 초 42조달러(약 6경 442조원)에서 2분기 말 기준 33조달러(약 4경 7490조원)로 9조달러 가량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증시가 추가 하락한 만큼, 전문가들은 실제 감소한 자산 규모가 9조 5000억달러에서 1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 자산 규모는 22조달러에서 42조달러로 91% 급증했지만, 올 들어 급격한 반전을 맞이하게 됐다고 CNBC는 설명했다.

주식 자산 감소는 대부분이 상위 10%에 몰렸다. 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전체 주식의 89%를 보유하고 있는 상위 10% 부유층이 올해 8조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어 주식 자산이 22% 감소했다. 상위 1%는 5조달러 이상, 하위 50%는 약 700억달러의 주식 자산이 각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많은 미국인들이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얻었지만 이 역시 주식 시장에서 입은 손실로 대부분이 상쇄됐다는 진단이다. 미국인들의 주택 자산은 올해 상반기에만 3조달러 증가해 41조달러로 불어났다. 하지만 주택 자산 증가분은 주식 자산 감소분 9조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아울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동반 상승하며 최근 미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했다고 CNBC는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의 자산 감소가 소비·대출·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주가 하락이 소비자 지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CNBC는 지적했다. 아직까진 부유층이 소비를 줄이는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유층마저 소비를 줄이면 증시 하락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CNBC는 경고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자산 감소로 내년 소비자 지출이 540억달러(약 77조 7200억원) 줄어들고,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포인트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팬데믹 기간 동안의 초과 저축 덕분에 주식 자산 손실이 크지 않은 규모일 수 있고 과거보다 충격도 덜하겠지만, 향후 몇 달간 소비자 지출 및 경제 성장에는 의미 있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