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세탁기 진실공방' 검찰 수사 향배는?

by이재호 기자
2014.09.16 14:51:46

조성진 LG전자 사장, 참고인으로 소환조사 받을 듯
고의성 여부가 핵심 쟁점, 지는 쪽 도덕성에 치명상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제기한 조성진 LG전자(066570) 사장의 세탁기 파손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조 사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지, 무혐의 처분을 받을 지는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검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삼성전자가 수사를 의뢰한 사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수사의뢰는 공식적인 법률용어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명예훼손,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삼성전자가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을 고소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가 필요한 사안인지 판단하기 위한 사전 조사를 진행한다. 현재로서는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조 사장이 세탁기를 파손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TV(CCTV) 영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파손된 세탁기를 직접 국내로 들여와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면 조 사장은 참고인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피고소인 진술조서를 작성하게 된다.



다만 피의자 신분은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에는 소환 조사를 받는 피고소인을 모두 피의자로 대했지만, 지난 2012년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탁기 파손 논란의 핵심 쟁점은 고의성 여부다. 조 사장 등 LG전자 임직원들이 고의적으로 세탁기를 파손한 것으로 드러나면 검찰이 기소할 수 있지만, 고의성이 없다고 여겨지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자사 세탁기 제품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파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통상적인 제품 성능 확인이었을뿐 일부러 파손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의 판단에 따라 고소를 한 삼성전자와 고소를 당한 LG전자 가운데 지는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측은 법무 인력을 총동원하는 등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다소 의외의 사안으로 맞붙게 됐다”며 “단순히 기술력이나 품질을 놓고 다투는 게 아니라 도덕성에 흠집이 날 수 있는 분쟁인 만큼 총력전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경찰 대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것은 이번 사건 진행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중 어느 쪽에 고소를 할 지는 전적으로 고소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검찰에 고소를 할 경우 경찰의 초동 수사 과정을 건너뛸 수 있어 조사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