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회장선거 일주일 앞…3인3색 표심잡기 `열전`

by송승현 기자
2019.01.21 10:51:44

28일 1만5900여 회원 대표 95대 회장 선거
박종우, '일자리 창출' '법률시장 확대' 강조
이율, '야전형 집행부' 내걸고 법률구조공단 폐지 약속
안병희, 일·가정 양립…어린이집 등 복지 향상 공약

제95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왼쪽부터 기호순으로 박종우·이율·안병희 변호사. (사진=각 캠프)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오는 28일 치러지는 제95대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 회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변회 소속 회원 약 1만5900명의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자들의 유세전 열기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회장 선거에는 박종우(45·사법연수원 33기)·이율(50·25)·안병희(57·군법무관시험 7회) 변호사(기호순)가 출사표를 던졌다.

세 후보 모두 `직역 수호`를 앞세우고 있다. 변호사 업계에선 세무사, 변리사 등 유사 직역들이 활동 영역을 심각하게 잠식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공익 의무 축소도 공통 공약 가운데 하나다. 변호사는 현재 공익활동시간 20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시간당 3만원씩 법률원조지원금 명목으로 내야 한다. 세 후보 모두 이를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심(女心) 잡기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서울변회에 소속돼 활동 중인 변호사 중 약 40%인 6000여명이 여성이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 등 돌봄지원 확대와 성폭력에 대한 엄정 대응 역시 세 후보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각자 나름의 공약을 통해 막판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후보별로 이색 공약을 꼽아봤다.

제93·94대 서울변회 감사 출신인 박 변호사는 이미 서울변회 업무에 정통하다는 게 장점이다. 박 변호사가 앞세운 핵심 키워드는 일자리 창출이다.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뒤 10년이 지나면서 변호사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합격자 수는 2012년부터 매년 1500명 안팎이다. 기존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과 합치면 10년간 증가 인원은 2만여명에 달한다.

박 변호사는 업계 불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서울시와 각 구청이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무담당관 채용을 확대하도록 하겠다는 해법을 내세웠다. 법무담당관 제도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의무적으로 변호사를 채용해 정책 수립이나 법령 입안 등에 관한 법적 자문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박 변호사는 “서울시와 각 구청이 변호사 채용을 대폭 확대하도록 하고 전문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상고심 변호사 강제주의를 법률시장 확대를 위한 또 하나의 카드로 내세웠다. 상고심 변호사 강제주의란 민사 사건 상고심에서 변호사 변론을 의무화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상고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동시에 재판의 효율성까지 재고할 수 있다는 게 박 변호사의 판단이다. 박 변호사는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법무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 무산됐다”면서 “서울변회 대외협력업무를 강화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연계한다면 성사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변회 재무이사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재무이사 및 공보이사를 두루 거친 회무통으로, 야전형 집행부를 지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싸워야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수 있다”고 자주 말해왔다고 한다.

그는 대한법률구조공단 폐지를 약속했다. 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잘 몰라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국민들을 위해 무료법률상담과 소송 대리 등을 지원하는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 수 증가로 법률시장이 점차 좁아지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법률구조공단이라는 존재가 변호사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여긴다. 구조공단에 따르면 공단의 구조 건수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민사 14만8906건·형사 1만7405건이다. 구조공단을 폐지해 `법률서비스=무료`라는 인식을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선 변호사 제도를 손보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현행 국선 변호사 제도는 피고인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경우 법원이 직접 선정한다. 이 변호사는 국선 변호사 선정 주체를 법원이 아닌 변호사 단체로 이관시킬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재 30만원인 국선 변호인의 수당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증액한다는 공약을 내건 상태다.



안 변호사는 서울변회와 변협 감사 등 13년의 회무 경험을 쌓아온 준비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여성 변호사들을 위해 출마했다”며 출마의 변을 밝힌 그는 변호사 수 증가로 수임 경쟁이 더욱 심화하면서 출산·육아 휴직은 언감생심이라 이대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안 변호사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며 서울변회가 운영하는 서초동 바름이 어린이집을 예로 들었다. 바름이 어린이집은 서울변회 회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자녀들을 맡길 수 있어 육아 중인 변호사들의 호응도가 높다. 2010년 3월 9명에 불과했던 아동 수는 현재 43명으로 늘었다.

이같은 육아·보육시설을 로펌이 몰려 있는 서울 동서남북 지법 부근에 각각 개설하겠다는 것이 그의 중점 공약이다. 안 변호사는 “서울변회 내 법제연구원 같이 변협과 중복된 기능을 통·폐합해 10억~20억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하고 임기 내 매년 2곳씩 개설하겠다”고 이행 방안을 밝혔다. 어린이집 개설에 드는 비용을 한 곳당 2억~3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밖에도 청년 변호사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서울변회 내부에 일·가정 양립지원센터를 세워 부족한 부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업무 지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서울변회에서 직접 청년변호사 10명을 신규 채용해 복지업무를 맡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