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사려면 요기요 팔라"는 공정위…"못판다"는 DH 반격카드는?

by김상윤 기자
2020.11.24 11:01:00

세기의 공방전..배민-요기요 M&A 심의
엇갈리는 시장획정…경제분석 대가 대결
'소비자 효용' vs '음식점, 라이더 갑질 차단'
전원회의 내달 23일로 확정.."방어권 충분 보장"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검찰격)가 배달의 민족(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M&A)에 대해 ‘요기요’ 매각 조건으로 승인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5조원에 달하는 ‘빅딜’이 안갯속에 빠져든 상태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집토끼를 내주고 산토끼를 잡아야하는 꼴’이라 공정위 사무처의 인수 조건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원회의(법원격)에서 ‘뒤집기’를 해서 딜을 성사시킬지, 요기요를 매각해서라도 배민을 인수할지, 아니면 딜을 무산시킬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 기업의 기업결합(M&A)이라는 점에서 공정위와 DH가 펼칠 논쟁에 관심이 집중된다. 양측은 경쟁법 관련 최고 전문가들과 경제 석학들을 동원해 치열한 논리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공정위 내부서도 “예상치 못했던 조건”

공정위 사무처가 내건 ‘요기요’ 매각 조건이 공개되자 공정위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기업결합(M&A)을 담당했던 간부는 “원래 했던 사업을 팔고 새 사업을 인수하라는 조건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심사보고서를 보지 않았기에 정확한 판단을 내긴 어렵지만 ‘쇼킹’했던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DH도 예상치 못한 조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DH는 “공정위 제안(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건부 승인 방침은 기업 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의 고객 경험을 향상하려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기반을 취약하게 할 수 있어 음식점 사장님,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정위-DH 엇갈리는 경제분석 결과


DH가 이같이 강하게 반발했던 것은 DH가 봤던 시장상황이 공정위와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DH는 M&A 이후에도 배달앱 후발주자의 진입이 활발한데다 시장이 음식 배달시장을 넘어 딜리버리시장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독과점 우려가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DH는 M&A 이후에도 독과점 남용 우려가 없다는 경제분석 결과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경제분석이란 사업자의 행위가 시장, 경쟁사업자, 소비자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학적으로 따지는 것을 말한다.

DH측은 상품시장에 대한 경제분석 결과 전화 주문과 배달앱 주문은 같이 경쟁하는 시장이어서 두 회사간 M&A를 하더라도 결합사가 독과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배달앱 수수료가 올라갈 경우 전화주문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전화주문시장과 배달앱시장은 같은 시장으로 보고 시장획정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DH측은 특히 독과점 남용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가격인상압력(UPP) 분석도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M&A 이후 결합사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UPP 값이 양수이면 가격인상 가능성이 있고, 음수이면 가격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데 DH측은 ‘음수’가 나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공정위 경제분석 결과는 180도 다르다. 공정위는 이미 소비자가 배달앱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배달앱 수수료가 인상하더라도 다시 전화주문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 때문에 ‘배달앱’ 시장에만 한정해 시장 점유율을 따졌고, 결합사의 점유율은 90% 이상인 터라 경쟁제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UPP분석 결과 역시 ‘양수’가 나왔다.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 경쟁압력 크기도 엇갈려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의 시장진입 압력도 엇갈린다. 후발주자의 시장진입 압력이 거세다면 공정위는 경쟁제한 우려가 적다고 보고 별다른 조건없이 M&A를 허용하는 편이다.

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 배달앱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 59.7%, 요기요 30.0%, 배달통은 1.2%이다. 결합사의 합산 점유율은 90.8%이다. 반면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시장 점유율을 각각 6.8% 2.3% 정도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시장진입이 점차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현재 상황(정태적)에서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고 판단했다. 중장기적 시장진입 효과(동태적)는 따로 반영하지 않았다.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결합사와 2위 사업자의 경쟁이 그나마 이뤄지고 판단한 셈이다.

반면 DH측은 동태적 시장 상황을 공정위가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후발주자의 시장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이 시장이 단순히 음식점 배달앱에 한정해서는 안되고 인접시장의 진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네이버는 직접 배달앱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언제든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마저도 최근 배달서비스 진출을 선언했다. 딜리버리 시장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효용’ vs ‘음식점, 라이더 갑질 차단’

여기에 이번 M&A는 양면시장 특성도 고려돼야 하는 분야다. 양면시장은 IT플랫폼이 나오면서 생긴 개념으로, 플랫폼이 다양한 공급자와 다양한 소비자들이 서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드는 특성이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공급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지만 소비자는 별다른 비용없이 플랫폼을 이용한다. 단순히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가격으로 공급하는 개념과 다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최종적으로 ‘음식점-플랫폼-소비자’을 하나로 묶어서 볼지, ‘음식점-플랫폼’ 또는 ‘플랫폼-소비자’ 로 나눠서 볼지도 쟁점이다. 전자로 볼 경우 음식점-플랫폼, 음식점-라이더 시장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 효과가 클 경우 위원회에서 M&A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아멕스가 신용카드 가맹점들과 맺은 권유 금지 조항(anti-steering provision)이 다른 카드사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아멕스는 제휴를 맺은 신용카드 가맹점에게 아멕스보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은 타사 신용카드 사용을 소비자에게 권유하지 못하게 했다. 미국 연방 법무부(DOJ)는 이 조항이 카드사간 경쟁을 막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다며 소(訴)를 제기했다.

반면 연방 항소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신용카드 시장은 ‘가맹점-플랫폼-소비자’를 잇는 양면시장(two-side market)인 만큼 가맹점에서 카드사 간 경쟁이 제한되더라도 신용카드를 이용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아멕스가 가맹점으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받더라도 소비자에게 포인트 등 혜택으로 돌려준 만큼 소비자 피해는커녕 오히려 이익을 봤다고 본 셈이다.

남재현(좌) 고려대 교수와 이상승 서울대 교수
서울대-하버드 경제학과 출신들의 대결

공정위와 DH측의 공방전은 상당 부분 경제학자간의 치열한 힘겨루기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양측은 국내 최고의 경제분석 대가를 내세웠다. DH에서는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공정위에서는 남재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등판한다. 양교수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교롭게도 두 교수의 결과를 놓고 최종 판단을 해야하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후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워낙 쟁점이 많은 상황에서 심의일정은 기존 9일(잠정)에서 2주 미뤄진 23일로 확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DH가 외국계(독일) 회사다보니 대리인이 의견서를 만들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번역 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제시 기간을 부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