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찍만 존재하는 자동차 정책

by노재웅 기자
2017.06.27 11:24:59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정부가 경유세 인상 검토를 전면 철회했다.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실효성이 낮고 서민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내린 결정이다. 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강조한 경유차 퇴출 프로그램의 정확한 계획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야기한 이 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자동차 정책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자동차 정책은 크게 미세먼지 감축을 이유로 한 경유차 퇴출과 4차산업혁명의 중심인 자율주행 및 친환경차의 경쟁력 강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경유차 퇴출은 노후경유차 폐차지원과 노후경유차 수도권 진입금지 등 무조건 경유차를 없애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두 가지 정책은 따로 놓고 볼 문제가 아니다. 생계형 1톤 경유트럭은 승용차와 달리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현실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이 전무하다. 경유차 폐차지원 정책을 통해 친환경차로 갈아탄 소비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결국 채찍만으로는 미세먼지 감축도, 4차산업혁명의 경쟁력도 자동차 분야에서 가져올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의 경유세 인상 철회 조치로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언제든지 경유세 인상을 비롯한 억제 정책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만 유독 자동차 분야의 스타트업이 생겨나지 않는다.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으로 나가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한다. 사람들은 노후 경유차를 팔고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는다.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즉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들과 소비자에 당근을 주는 정책도 함께 펼쳐야 할 때다. 그렇다고 단순히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확대하는 식으로 또 무마해선 안 된다. 경유차 인상 논란과 함께 미세먼지와의 상관성을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갔듯이, 기업과 사회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