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 자회사 통제 강화...내부통제 책임은 전가"

by서대웅 기자
2022.12.02 16:00:20

''내부통제 강화 TF'' 8개 지주 실태평가 결과
지주-자회사 간 준법감시 소통 채널 미작동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국내 금융지주들이 자체 규정을 통해 내부통제 최종 책임을 자회사에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 차원의 사업을 확대하면서 자회사에 대한 지주 영향력과 각종 권한이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지주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2일 개최한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6개월간 진행한 금융지주 내부통제 실태 평가에서 이 같이 분석됐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8개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준법감시 책임자, 민간 전문가와 ‘은행지주의 그룹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금융지주 내부통제 실태 평가와 개선 방안 도출 작업을 진행했다. 이 연구위원은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TF에 참여했다.

실태 평가 결과 금융지주들은 그룹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책임을 지고 있으나 기준 작동에 대한 감시,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들이 그룹내부통제규정에서 각 회사에 대해서만 실태 점검 책임을 갖는다고 규정하면서다. 지주와 은행 법인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같이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지주 차원의 사업활동을 강화하면서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한은 커지고 있으나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각 지주는 기능별 본부를 가지고 있고, 매트릭스 조직을 통해 자회사를 통제하며 사업방향을 제시하고 집행한다”며 “지주 차원의 의사결정이 더 우선되는 경향이 있고, 자회사 독립적 의사결정은 약화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지주에 실제 권한이 있지만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라며 “(TF에 참여한) 준법감시 책임자들이 이에 대한 지적에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주 차원의 내부통제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으로도 평가됐다. 지주 또는 자회사 내 내부감사와 준법감시 간 소통 채널이 작동되지 않았다. 지주와 자회사 간 채널에선 내부감사는 소통이 되고 있지만 준법감시 부문은 미흡했다. 특히 지주 준법감시인은 금융회사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라 자회사 준법감시인에 대한 총괄권을 부여받았지만 지휘 및 보고와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이 연구위원은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감원의 감독·검사 방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금감원이 개별 금융회사를 지도할 때 자회사의 독립 경영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지주회사 책임을 강조하는 등 현실 괴리적인 지도사항이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연구위원은 “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경영지배력이 강화하고 있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규제는 별도로 없는 점이 한계”라며 “해외에서도 기업(그룹) 차원의 내부통제를 중시하고 있는데, 국내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