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 없을 때 숟가락 '뻥' 착안..테라의 경쾌함 주고 싶었죠"

by김범준 기자
2022.03.03 11:01:07

[인터뷰]전동환 하이트진로 맥주브랜드팀장
요즘 '인기템' 숟가락 오프너 '스푸너' 개발
식당서 '청정라거 테라' 경쾌한 사운드 경험
이달 '두껍상회' 굿즈로 판매..콜래보 진행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오프너(병따개)가 없을 때 숟가락으로 병맥주 마개를 ‘뻥’하고 따는 한국인들의 술자리 문화가 아이디어가 됐고 ‘청정라거 테라’의 100% 리얼 탄산 사운드 경험과 재미를 더해주는 아이템 출시로 이어졌습니다.”

전동환(사진) 하이트진로 맥주브랜드팀장은 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식당가에서 ‘핫템’(인기 아이템)으로 소비자 호응이 좋은 ‘스푸너’(스푼+오프너) 개발·출시를 도맡은 프로젝트 총괄자다.

▲3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전동환(가운데) 맥주브랜드팀장과 팀원들이 자사 맥주 브랜드 ‘테라’의 고객경험 확대를 위해 자체 개발·제작한 ‘스푸너’(스푼+오프너)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전 팀장은 하이트진로의 주력 맥주 브랜드 테라의 고객경험 확대를 위해 팀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테라가 브랜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100% 리얼 탄산을 시각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소비자들이 쉽고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굿즈(기획상품)와 판촉물 제작을 검토하면서 누구나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중성을 고려해야 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위축된 각종 사적모임에 따른 소비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고 싶다는 사회적 배경도 작용했다. 그렇게 ‘오프너’가 아이템으로 선정됐다.

그와 팀원들은 수개월에 걸쳐 강력한 도끼 모양부터, 차키, 명함, 책상 등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보고 접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오프너로 구상하며 아이데이션을 이어갔다. 전 팀장은 “어느 날 팀원들과 저녁 식사자리에서 반주를 하던 중 술자리에서 흔히 있는 일처럼 오프너가 눈에 띄지 않자 누군가 익숙한 듯 숟가락으로 ‘뻥’ 소리를 내며 맥주 병뚜껑을 땄는데 불현듯 ‘그래 이거다’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 팀장은 곧바로 숟가락(스푼) 모양 병따개(오프너) ‘스푸너’ 제작 작업에 착수했다. 숟가락은 한국인 밥상에서 필수품이자 한국 성인이라면 숟가락으로 병맥주 뚜껑을 따는 술자리 문화를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유의 시원한 ‘뻥’ 소리가 주는 청각적 요소와 누구나 재미있어 하는 요소도 고려됐다.

하지만 스푸너를 만드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숟가락에 구멍 하나 뚫는 거라지만 테라 병에 최적화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수 많은 시도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의 팀은 직접 시장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형태와 무게의 숟가락을 구입해 구멍을 내가며 샘플만 100종 넘게 만들었다.

▲테라 ‘스푸너’.(사진=하이트진로)
이 과정을 통해 한국 성인 남녀 평균 손너비(약 142㎜)와 지난 3년 간 연구·개발한 테라의 병뚜껑 ‘슈퍼크라운’을 조합해 33도 각도에서 땄을 때 110dB(데시벨)의 청량한 사운드를 탄생시키는 ‘인체고막적’ 설계를 적용했다. 또 기존 일반적 모양의 병따개 사용에 필요한 27N(뉴턴) 힘보다 적은 숟가락 들 힘(8N)만 있으면 누구나 가뿐하게 딸 수 있도록 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스푸너 디자인과 상표 출원을 완료하고 서울 주요 상권 내 식당과 술집에 스푸너를 업소용 판촉물로 비치했다. 이를 보고 경험한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재미있어 하며 ‘사고 싶다’, ‘하나만 달라’는 등 호응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업소에 우선 비치한 스푸너의 경우 분실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한 연출된 상황극) 형식의 영상 광고도 흥행 요인이다. 실제 물리학자인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등장해 ‘인류를 위한 선물, 테라 스푸너’ 콘셉트로 위트있게 소개하면서 소비자들의 유쾌한 반응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팀장은 “스푸너는 소비자들이 직접 테라와 함께 경쾌한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상권 내 업소에 비치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달부터는 일반 성인 소비자들을 위한 굿즈로도 출시해 하이트진로의 ‘어른이 문방구’ 팝업스토어 ‘두껍상회’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받아볼 수 있는 증정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전국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유명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맞춤형 스푸너 등도 선보이며 세계에서 유일한 스푸너 시리즈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