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금리 급등에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다시 팔걷은 중앙은행

by방성훈 기자
2021.03.01 18:33:38

경기회복 기대감↑…美국채금리 가파른 상승
한국·일본 중앙銀, 美국채금리 상승에 대응 채비
장기금리 어떻게 억누를까…파월 ‘입’ 다시 한번 주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국채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시장 안정 등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 국채금리 흐름에 따라 당분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동안 소방수 역할을 도맡아온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美국채금리 가파른 상승

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0.5% 수준에 불과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5일 장 중 한 때 1.614%까지 치솟은 뒤 1.5%대에서 마감했다. 1.6%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지난해 2월 중순께 레벨이다. 약 두 달 만에 1%포인트 가량 상승, 말 그대로 ‘급등세’를 연출한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장기 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특히 연준의 정책금리와 좀더 긴밀하게 관련된 5년물 금리도 0.75%를 넘어서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장중엔 0.865%까지 뛰어 작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 연준은 유동성을 늘리지 않고 국채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 중 하나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국채를 사고 단기국채를 팔아 장기 금리 인하를 유도)’를 쓰는데, 5년물 국채 금리도 올라 쉽사리 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 국채금리가 상승한 것은 ‘예상보다 빨리’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 경제가 빨리 회복된다는 것은 연준의 정책 목표 달성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의미여서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며 슬슬 식당이나 학교 등이 문을 다시 열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상황에서 경기가 살아나고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 하원에서 1조 9000억달러 대규모 경기부양안이 통과됐는데,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안을 제외하면 상원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양안 시행이 현실화하면 미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시장에 국채 물량이 넘쳐나면 가격은 하락하게 되는데, 가격과 반비례 관계인 국채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이외에도 그동안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자산 일부를 미 국채 등으로 이전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파월 의장이 지난주 미 의회 증언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등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음에도 미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추세적 상승세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한국·일본 중앙銀, 美국채금리 상승에 대응 채비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미 주식시장에 투자됐던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미 국채금리의 추세적 상승이 예상되고, 주식 투자로 얻을 수 있는 배당 수익률이 국채 수익률보다 낮다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아울러 미 국채금리 상승은 미 달러 가치가 올랐다는 것과 같은 의미여서 신흥국에 투자하던 해외 자본들도 미국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있다. 이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대응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 다음날 하루만에 0.025%포인트 상승, 0.175%까지 뛰었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지난 2016년 1월 이후 5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일본은행이 조만간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서거나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장기금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정책 변경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8년 8월 때처럼 긴급 국채 매입을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행은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을 통해 10년물 국채금리를 제로(0)% 기준으로 위아래로 0.2%포인트 내에서 잡아두고 있는데, 이를 0.4%포인트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이 경우 시장에서는 통화긴축으로 받아들여 채권 매도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

같은날 한국은행도 미 국채금리 상승에 대응해 올해 상반기 중 5조∼7조원 규모로 국고채를 단순매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장기금리 어떻게 억누를까…파월 ‘입’ 다시 한번 주목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세계 금융시장은 오는 4월 WSJ 주최 컨퍼런스에서 나올 파월 의장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국채금리 상승에 대해 경고나 대책 등을 내놓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시장에선 연준이 매달 매입하고 있는 채권 중 단기채 대신 장기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거나, 모기지채권 대신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 등 구체적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댄 이바신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채권 금리 상승이 가속화하면 미 연준이 개입할 수 있다”며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정책 변경보다는 장기 금리 억제를 위한 강력한 포워드 가이던스 등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